문화,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의 초라

<홀스또메르>오랜만에 본...

오애도 2014. 3. 13. 14:22

진지한 연극. -노래극?-

 

 

 

톨스토이 원작 소설에 유인촌 김명수 등이 주인공

지난 번 디셈버 공연처럼 같은 멤버들-??-과 같이 봤는데 나는 그냥 얼떨결의 손님. 영등포의 타임스퀘어에 있는 신한카드 아트홀.

모처럼 대학로 시절이 떠오르고 날것이 주는 매력이 새삼스럽게 맛깔스러워지기도 했다.

톨스토이의 소설 '어느 말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라 소설의 전달방식과 연극의 전달방식에서 오는 차이 때문에 조금은 지루했지만-대사에 나레이션이 많았다-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이라는 내용 덕분인지 아니면 그런 것을 새삼 돌아봐야 할 내 나이 때문인지 흥미롭고 재밌게 봤다.

젊은 말에서 늙고 병든 말까지 연기한, 60을 훌쩍 넘긴 배우 유인촌의 열연이 돋보였다. 노익장-??-을 과시한 열연에 잠시 기립박수의 예의를 차릴까 하다가 참았다.

 연극판-?-에 잠시 머물렀던 터라 그 연극이 끝난 후의 감흥은 아주 독특하다. 보고 난 후의 감흥이 아니라 참여한 후의 감흥이...

 배우나 스텝중에 내가 아는 혹은 익숙한 이름이 하나도 없어서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를 생각했다. 그래도 한참 전에는 연극 팜플렛을 보면 익숙한 배우나 스텝의 이름이 꽤나 있었는데 말이다. 대신 현재 티비에서 볼 수 있는 배우들이 두어명 더 있었다.

같이 본 사람들 중에 배우와 아는 사람이 있어서 끝나고 대기실에 쭐레쭐레 따라갔다가 유인촌씨가 얘기하고 있길레 그만 덥썩, 잘 봤습니다. 연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하고 악수를 청했는데 날 보는 시선이 뭐?? 웬 아줌마? ... 였다.

 언뜻 연예인 보고 흥분한 아줌씨인가... 했을지도...

나는 물론 그런 건 전혀 아니었고  그냥 열연이 두드러지게 느껴져서였다. 어쨌거나 그 나이에 거의 두 시간 동안 무대를 떠나지 않고 꽤 격렬한 연기를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느낀 것은 내가 나이를 먹어서였을 것이다. 

 같이 간 열네 살짜리 아이는 중간에 쿨쿨 잤고-그나이에 흥미있게 보기엔 내용이 비장하고 주제는 무겁다-  열여섯 살인 그 아이 오빠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는지 인터미션 내내 팜플렛을 유심히 들여다 봤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말이니까 그렇지 저게 인간의 삶이라면 너무 비참할 거 같아요',

역시 아이는 아이다. 아니면 캐릭터에 대해 감정이입이 너무 세서 무의식적으로 말의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톨스토이의 소설이 그렇듯 인생에 대한 풍자이다.  

 

누구나 중후하게 늙을 수도 있고 추하게 늙을 수도 있고 가련하게 늙을 수도 있다. 아니면 둘 다 해당될 수도 있다....

뭐 이런 대사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늙어가는 터라-??- 저 세 가지 중에 어느 것에 해당되는지 혹은 해당 될 지 꽤 오랫동안 생각했다.

 

비극의 카타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