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의 초라

마리스칼 전에 다녀와서 이런저런 생각

오애도 2014. 2. 23. 11:11

며칠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스페인의 디자이너-?-  하비에르 마리스칼 전에 다녀왔다.

미술 전공하려는 아이를 가르치는 터라 엄마의 부탁으로 다녀왔는데 아이보다 내가 더 의미가 있었다는....

계획은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도 같이 볼 생각이었는데 아이가 영 신통찮아 해서 그냥 왔다.

다음 날 아이는 미술 하겠다는 생각을 깨끗이 포기했다는 얘기 듣고 깜작 놀랐다. 방학동안 죽어라 다니던 학원도 그만두고...

나이와 상관없이-이제 막 중학생- 호기심과 열정이 없으면 그건 재능이 없는 거라고 로비에서 역설을 했는데 설마 그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겠지.

내 생각은, 재능이 호기심을 낳고 호기심은 열정을 낳고 열정은 노력을 낳으며 그 노력의 강도와 성실성이 재능을 제대로 꽃피우느냐 아니냐를 가름한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작품들을 보면서 경이로울만큼 자유로운 사고가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러웠다.

그리고 습작노트만 봐도 알 수 있는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에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했고...

요즘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 보면 한없이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럽다.

 

 

 

사진촬영 금지라서 그냥 한 번 찍어 본 인증샷

 

 

지난 주에... 이터널 선샤인, 쩨쩨한 로맨스, 험프리 보가트와 오드리 햅번의 사브리나-이건 해리슨 포드, 쥴리아 오몬드 버전으로 서른 번도 더 봤지만-를 봤고 수상한 그녀는 극장에서 봤다.

시나리오 마켓에서 열 편 이상의 아마츄어 냄새가 물씬물씬 나는 시나리오들을 읽었다.

영화를 안 보거나 시나리오를 안 읽어서 글을 못 쓰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름 노력의 제스츄어를 해야 할 거 같아서 하긴 하는데 역시 분석력과 이론만 늘어간다는...

 

'수상한 그녀' 보는데 종종 나도 모르게 아이한테 에그, 이거구나... 하고 다음 상황을 중얼거렸더니 아이 왈, 시나리오 읽으셨어요?

 

결국 깨달은 것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되는 것이다.

모든 이야기 구조는 답습되는 것이고 말도 안되는 갈등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으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도 해결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원론적인 것만 확인했다.

 

베르베르의 신을 읽다가 발견한 서양의 격언-??-

이론이 있으면 일은 잘 돌아가지 않아도 그 이유는 알게 된다. 실천을 하면 일은 돌아가는데 그 이유는 모른다. 이론과 실천이 결합되면 일도 돌아가지 않고 그 이유도 모르게 된다.

 

지금까지 나는 첫 번째 경우였을 거고 정작 필요한 것은 두 번째일텐데 어째 세 번째 경우로 휘까닥 넘어갈 듯한 두려움이!!!

 

작년엔 죽어라 우리말 겨루기 공부하면서 뭐 나름 행복했었다.

올 해는 죽어라 시나리오 한 편 써야겠다는 열정에 자알 견디고 있다. 설마 작년처럼 용두사미가 되진 않겠지.

 

다시 나가려고 열심히 한 달 동안이나 신청했던 우리말 겨루기는 끝내 신청에서 탈락!!

놀라운 것은 새 포맷으로 바뀐 프로그램에서 지금까지 퍼펙트로 달인문제를 풀어냈다는...

지금은 깨끗이 포기하고, 혹시 나를 알고 있을 게 분명한 연출진에서 고의로 안 뽑는 거 아닐까? 하는 오만한 생각을 하는데 뭐 당신들은 인재를 놓친거야~ 하고 위로 중이다. ㅋㅋㅋ

봄이 오고 있다.

희망처럼 슬픔처럼 또한 위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