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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찬란한...-도깨비 아님-

올해 나는 세는나이로 예순하나가 되었습니다. 회갑이거나 환갑으로 불리는. 아직도 생각의 어느 구석은 열두 살 아이 같은데 이젠 어딜 가든 어르신-??-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하하 나야 어려 보이거나 젊어 보이려고 크게 애써본 적 없고 뭐 애쓴다고 될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나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그것을 누리며 살자주의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이 먹어 나이 대접받는 게 크게 나쁘지도 않습니다. 사실 나이 먹고 나잇값 못하고 사는 것을 더 경계해야겠지요. 나이 먹은 게 유세가 되고, 먹은 나이만큼 뻔뻔해지고, 생각이 굳어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것에 완고해지는 건 부끄럽고 슬픈 일인지라 늘 생각을 점검하고 마음을 살피고 행동을 가다듬습니다.  예전엔 회갑잔치라는 걸 할 만큼 60년을 사는 게 어려웠는데 ..

봄 밤에...

지난 주 이때 쯤 나는 혼자 텐진거리를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후쿠오카는 시내가 그다지 넓지는 않아서 호텔에 짐을 풀고 나와서 돌아다니다 피곤하면 들어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나와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대부분 중심가가 전철로 한 두정거장이어서 걸어서 시내만 어슬렁거리다 돌아온 여행... 그래도 버릇 때문에 새벽 네시면 일어나 창문 밖으로 도시 풍경을 보며 앉아서 커피를 마시거나 패드로 유튜브 채널을 보거나 하던 호텔에서의 아침 시간이 참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익숙한 소리-방송-를 들어가며 밝아오는 아침 하늘을 보고 있자면 말할 수 없이 묘한 감흥이 일어납니다.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 고요하기 짝이 없는 호텔방에서 산다는 게 무얼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먼 나라로 대부분 패키지 여..

봄, 3월, 토요일 그리고 나...

시간은 훌쩍 흘러 3월의 끝자락입니다. 묵정밭이 돼 가고 있는 듯한 이곳에 한송이 들꽃을 피우듯-뭐래??-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큰오라버니의 암진단 소식에 한동안 아니 지금도 마음 한켠은 묵직하지만 나머지 모든 것들은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매일매일 새벽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치고, 참으로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아이들과 활기차게 놀아주고 있으며, 가끔 친구들과 만나 새새 수다를 떠는... 딱 이만큼이면 더 바랄 게 없는 날들입니다. 명색이 수험생인 관계로 소소하게 신경이 쓰이거나 시간을 잡아 먹는 일은 모두 멈추고 수험생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주말에 지난 2월에 만났던 초등동창 모임, 그 중에 다시 동네 친구들과 약속에 있어서 고향엘 내려갑니다. 어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