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봄, 3월, 토요일 그리고 나...

오애도 2024. 3. 30. 07:27

시간은 훌쩍 흘러 3월의 끝자락입니다. 

묵정밭이 돼 가고 있는 듯한 이곳에 한송이 들꽃을 피우듯-뭐래??-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큰오라버니의 암진단 소식에 한동안 아니 지금도 마음 한켠은 묵직하지만 나머지 모든 것들은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매일매일 새벽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치고, 참으로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아이들과 활기차게 놀아주고 있으며,  가끔 친구들과 만나 새새 수다를 떠는... 딱 이만큼이면 더 바랄 게 없는 날들입니다. 

 명색이 수험생인 관계로 소소하게 신경이 쓰이거나 시간을 잡아 먹는 일은 모두 멈추고 수험생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주말에 지난 2월에 만났던 초등동창 모임, 그 중에 다시 동네 친구들과 약속에 있어서 고향엘 내려갑니다. 어릴 때 산을 몇개 넘어 걷고 걸어 대청댐이 생기기 전 오가리라고 불렸던 곳에서 -지금은 관광지-여자 친구들만 여남으 명 모입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차암 편한 게 어릴 적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내일 새벽엔 2박 3일 후쿠오카 여행을 갑니다. 엊그제 불쑥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습니다. 이번엔 패키지 아니고 순전히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 올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숲길이나 들길 혼자 걷는 것도 좋아하고, 롯데월드 같은 시끄러운 곳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합니다. 여유롭게 낯선 도시 걷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데 워워 마음을 비우고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게 지나친 기대... 이므로.  

 시간이 좀 더 지난 후 언젠가 외국의 낯선 도시에서 한 달 살기 뭐 이런 걸 해 볼 생각이라서 이번 여행은 연습용입니다. 

다행히 일본어가 문맹이 아니고-가나는 읽고 조사도 알고 단어도 몇개 앎-한자도 제법 알고-수능 1등급 ㅋㅋ- 서바이벌 영어는 그런대로... 안되면 파파고...

하여 기세 좋게 출바알!!!! 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후쿠오카가 떠서 하도 많이 봤더니 대충 지도도 그릴 것 같은 생각이!!! 

발편한 운동화도 샀고 가벼운 옷도 한 벌 샀습니다. 뭐 필요하면 현지에서 사자...는 생각으로 용돈도 넉넉히-그래 봤자 백마넌도 안 됨ㅋ-  넣어갑니다.

 엔저로 쇼핑천국이라는데 이 기회에 명품 사재기??는 헛소리고 백마넌 가지고 미친듯이 쓰자는 생각으로 쓰면 십마넌만 써도 부자 같은데 천마넌 들고 가 천오백마넌 짜릴 사겠다고 덤비면 한없이 가난한 마음이 된다는 걸 압니다. 

 

한참 전에 주문한 장미 한 다발이 도착한지 사흘 째, 그래서 그게 시들 즈음에 도착하겠지 싶어 주문한 프리지어가 그 다음날 도착하는 바람에 좁은 집에 꽃이 꽂힌 화병이 세 개나 있습니다. -산지에서 주문하는 거라 배송일자가 들쑥날쑥-

오늘 외출하면 밤에나 올 것이고 내일은 새벽에 나가면 화요일에나 오는데 가엾은 화병의 꽃들은 저 혼자 열심히 피어 있겠지요. 보아주는 이도 없는데 말입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아보카도 나무에 물 주고 가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보카도 나무처럼 씩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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