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늘 현재는 성큼성큼 지나가고 미래는 주춤주춤 다가오는 듯합니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는 그저 물같은 날들이었습니다. 소소한 마음 쓰임이야 없을 수는 없었지만 이만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지금까지의 삶에 있어- 대단히 좋은 해 중에 하나입니다.
거의 일년 내내 공부가 즐거웠고 그리하여 새해를 또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가을부터는 오랜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자꾸자꾸 만나져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급기야는 초등학교 동창 100여명과도 연락이 닿아 카톡이 폭발할 지경으로 활기차고 따뜻하고 애틋한 메시지들과 인사들이 넘쳐납니다. 나이 60이 돼서 이렇게 모두들 서로 반가워할 수 있는가 믿어지지 않을 지경입니다.
지난 화요일엔 대전에서 오랜 친구가 찾아와 하룻밤을 자고 갔습니다. 이틀 동안, 몇시간이고 몇시간이고 새새 떠들고, 하하 웃고, 맛있는 거 먹으며 새로 연락된 친구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아이처럼 깔깔거렸습니다.
내일 모레는 거제도와 청주에서 두 친구가 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또 밤늦게까지 새새 얘기할 것이고 킬킬 웃으며 떠들 것이고 또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닐 것입니다.
그리고 또 며칠 후에는 60명 넘는 친구들과 고향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마음 설레며 기다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흠...
늘 그렇듯 일상은 뜻하지 않게 어떤 일은 몰려 오고 몰려 갑니다. 하지만 이번 처럼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몰려 오기도 쉽지 않을 텐데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러면서 새해를 짐작해 봅니다. 무얼 하든 올해보다 훨씬 바쁘고 충만하게 살 듯합니다. 마음은 동동거려지지만 생각은 기대 가득합니다.
회갑이나 환갑으로 불리는 예순한 살이라는 나이는 60갑자의 갑으로 되돌아온다는 의미입니다.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이제 다시 나아가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겠지요.
하여 이렇게 새로 나아가려는 마음은 가볍고 가벼운데, 한편으로는 희망과 기대로 발걸음은 묵직해질지도 모릅니다.
어제는 이제 서른이 되는 옛제자가 찾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문득 작년 일기를 보니 크리스마스를 선생님댁에서 보냈더군요..."
작년에 우리 집에 크리스마스에 찾아 오겠다고 했을 때 내가 말했었습니다.
"너는 크리스마스를 늙은 나하고 보내고 싶니? 여친을 만나야지"
그때 제자가 말했었습니다.
"선생님이랑 보내는 게 어때서요. 아주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 -고마운 제자다-
하여 지난 해엔 족발을 시켜서 우리 집에서 맥주를 마셨을 겁니다.
어제 추어탕을 먹으며 제자가 말했습니다.
그게 벌써 일년 전이네요.
그래, 그렇게 시간은 쏜살이지...
감기가 찾아와 가끔 밭은 기침을 합니다. 낼모레 친구들 오는데 그때까지는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행복 유지하시고, 건강 지키시고, 돈도 많이 버시는 새해 맞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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