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1114

어영부영

추석 연휴가 다아 지나갔다. 원래는 아주 거하게 혼자서 명절 기분을 내 보자고 음식을 이것저것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잡채, 갈비찜 그리고 전도 한 다섯 가지 쯤 부쳐? 생선, 새우, 고기, 호박, 육전 등... 가끔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한다. 물론 해 본지는 오래 됐지만...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안 했다. 연휴 첫날 마트에 갔더니 잡채에 넣을 시금치는 너무 비싸고-안 넣고 대충 하는 것은 재미 없다- 생선전꺼리는한팩이 양이 너무 많고, 갈비찜을 하려니 그 전에 사골과 잡뼈와 쇠고기 일킬로그램을 넣고 사흘 걸쳐 곰국을 끓이느라 고기 냄새를 맡았더니 덧정이 없어졌다. 결국 연휴 동안 먹은 것은 미리 해놓은 수제비 반죽으로 수제비 해 먹기, 곰국에 칼국수 끓여 먹기, 마트 싸구려..

흠...

태풍이 지나간 하늘이 더할 수 없이 푸르다. 밤새 추적적추적 내리던 비가 새벽 녘에 그치고 아침나절인 지금 거짓말처럼 개었다. 갑자기 블로그가 없어지니 이사가라고 해서 클릭 몇번 했더니 집이 바뀌었다. 벌써 세 번째 집이다. 칼럼으로 시작해 블로그로 강제 이주를 당하면서 처음 그 낯섦과 허전함 때문에 오랫동안 마음이 서성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많은 독자분들을 잃었고 무엇보다 내 허접한 글보다 더 빛났던 감상쓰기난의 글들이 사라진 것이 가장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옮겨지면서 오래된 댓글들이 다아 사라졌다. 내 글들이 사라진 것만큼이나 아쉽고 섭섭하고 슬프다. 모든 것이 깨끗하게 리셋!! 뭔가 너덜너덜해지는 느낌... 2001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22년 째다. 그동안 나는 늙었고 '싱글'의 ..

가을 입구

햇빛은 뜨겁지만 제법 가을 냄새가 난다. 아침 저녁 공기의 질감이 확실히 다르고... 어제 세 번째 운전면허 도전. 우리 동네 면허 시험장이 물에 잠겨서 벌써 두 주째 저기 서부 면허 시험장에서 시험 보는 중. 지난 번에도 언덕을 못 넘고 또 탈락-핸들이 비뚤어진지도 모르고 그저 꽈악 붙잡고 있다가 어어 하는 사이에 옆으로 갔고 어리버버하다가 3초 멈추는 걸 못해서 탈락. 아니, 왜 핸들이 반듯하지 않은 거예요~~. 하는 아줌마스러운 항의에, 아니 그런 것까지 잘 보고 하셔야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차로 시험을 보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감? 그것도 국가 시험장인디...ㅠㅠ 서투른 숙수 안반 나무란다고 괜히 연장 탓. 하여 일단 경사로 넘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어제는 경사로를 넘긴 했는..

폭우

비 내리는 새벽이다. 밤새 비가 얼마나 쏟아졌는지 알아보기가 겁날 지경이다. 자정 무렵까지 퍼붓듯이 내린 걸 기억하고 자다깨다 하며 들었던 이중창 너머의 빗소리도 주룩주룩이었다. 십수년 전에도 사흘 정도 멀미 나도록 쏟아지던 서울의 비 때문에 강남역이 잠겼었고 대치동 사거리가 잠겨서 나랑 수업하던 얼라들이 학원 수업 없다고 좋아했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조카가 서울에 와 있을 때였는데 정말 멀미 나게 쏟아졌던 비. 티비 틀기 겁나서 안 보고 있지만 그 때보다 훨씬 많이 내린 게 분명하고 더 많은 피해가 생겼을 것이다. 장마가 시원찮더니 아니나 다를까...다. 인공위성 사진으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젠 대충 거시적으로 날씨-??-가 예측이 된다. 나이 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번 비는 ..

비 오는 날들 속에서 책 읽기

비가 종일 내리던 일요일 저녁, 다 쓴 볼펜심 리필을 사러 교보문고 행. 흑, 청, 홍 볼펜심 열세 자루를 사고, 영어 필기용 얇은 공책 세 권도 사고, 책 세 권을 사 왔다. 책 사는 걸 자제한 지가 오래인데 그리고 이전 집으로 이사하면서 책의 삼분의 이를 정리해 버리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슬금슬금 책은 늘어난다. 그래도 요즘은 사서 얼른 읽고 두 번 이상 읽은 책은 가까운 이들한테 주는 경우가 생겨서 그나마 다행.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훈의 소설을 오랜만에 한 권 사고, 고 이어령 교수의 책도 다시 한 권. 그리고 맨 위의 책은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샀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 성공한 인물의 자전 스토리.... 오십이 넘어 실리콘밸리로 떠났다는 표지의 짤막한 서술에 꽂혀서, 60살 중반 쯤 되면 저기 뉴..

휴가

주말 포함해 오늘까지 휴가... 운전 면허를 휴가 중에 따겠다고 야무지게 꿈을 꿨으나... 오늘 장내 기능 시험 보러 갔다가 초반에 광탈해서 터덜터덜 돌아왔다. 학원에 등록하려 했으나 지금 등록해도 8월이나 돼야 교육이 가능하다고 해서 에라 그럼 독학으로 하지 뭐... 해서 시작했다. 월요일에 야무지게 학과시험 가볍게 통과하고 돌아와서 저녁에 수요일 오전 마침 딱 한 자리 남은 시험을 예약해 놓고는 어제 종일 인터넷으로 운전 공부. 물론 한번에 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만약 된다면 그건 거의 운전의 신이지... 어쨌거나 유투브 운전 강의를 보고 또 보며 머릿속에 장내 기능 코스를 그렸다. 6년 전 쯤에... 그때도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갑자기 결심하고 유투브를 뒤져 공부해 기능을 한방에 붙었다. 어느 하..

어정칠월을 보내며...

지난 주말 친구 만나러 충주엘 갔었습니다 충주 터미날에서 친구 기다리며 한 장. 나는 충청도 출신이고 청주와 대전의 중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엄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내 집은 현도면 배다리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 동네-?-인 충주는 태어나서 두 번째입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발 한번 안 디디는 곳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를 실감합니다. 모처럼 친구들 만나 새새거리거나 킬킬거리며 보냈던 하루!! 그러지 말리고, 그냥 밖에서 먹자고 했음에도 더운데 땀 흘리며 무시무시한 여름 손님-?-을 위해 굳이 차려낸 친구의 식사. 그리고 부럽게 깔끔하고 조용하고 아기자기 잘 꾸며진 전원주택 야외에서 신랑이 아끼고 아껴서 쉽게 꺼내지 않는다는 수도원 맥주도 한 잔씩... 참 잘들 살고 있어서..

열심히 사는 중입니다. 하하

지났지만 마이 벌쓰데이였던 지난 일요일. 백화점에 갔다 오는 길에 던킨에서 깜찍한 케이크의 탈을 쓴 도넛 발견!!ㅋㅋ 집에 와서 엷게 탄 블랙 커피와 먹었다. 얼마나 재치 있는 생일 케이크 세리모니인가!! 아침에 왕따시만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제자로부터 모바일 상품권으로 받았고, 나 좋아하는 김영모 빵집 케이크 할인권도 있고-조금 멂-, 스승의 날 받은 스벅 쿠폰으로 당근 케이크라도 살까 잠시 생각했다가 그만 날이 저물어 돌아오는 길이었다. 저 분홍색 설탕 위에 뿌려진 게 입에 들어가면 톡톡 투다다다 터진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 껍질-?- 벗기고 먹음. 하여 궁상이나 초라함 아님. ㅋㅋ 50대의 마지막 생일... 낮에 잡채도 하고 미역국도 끓이고 어쩌고 해서 잘 먹었다. 집에서 지내면서 오랜 친구들로부터..

참 감사한 일!!

스승의 날이라고 토요일 저녁에 착한 제자들이 찾아왔습니다. 꼬박 6년을 단짝으로 와서 공부했던 참으로 정말 재기 발랄한 제자들입니다. 이제는 대학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뭐 원래 나란 인간이 왼갖 인터넷 용어를 써가며 가볍게 킬킬거리며 얘기하는 것도 좋아해서 한참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공부하던 얘기하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정말 어제 같아요.ㅋㅋ 잊지 않고 찾아와줘서 내가 참으로 고마웠단다... 저런 다분히 인싸스럽고 감각적인 선물도 들고 왔습니다. 하하 그리고 커피 쿠폰이랑 편지... 좋은 사람... 이라는 말이 콱!! 박힙니다. 도지마롤도 갖고 왔습니다. ㅋ 다음 날은 다른 제자가 찾아왔습니다. 서너 시간을 얘기하고 돌아갔는데 맛있는 과일을 낑낑 들고 ..

찬란한!!! 5월이로다

매일매일의 시간이 아깝고 아쉬워 오히려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시간은 맛있는 음식 줄어드는 것처럼 아쉽고 아쉽습니다. 감기 몸살 후유증-?-은 얕게 오래 가서 근 보름동안은 문자 공부는 뒷전이었습니다. 영어 공부는 귀로 듣고 있습니다. 머리가 아주 깨끗하게 맑지 않았는데 이게 영어 단어 세 개를 외워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하하하 다행이 엊그제부터 머리가 맑게 개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수요일 어버이 날을 맞이하여 엄니 계신 청주의 납골당엘 다녀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계셔서 카네이션 네 송이를 샀습니다. 우선 엄니, 아부지 계신 방엘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울엄니 아부지가 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네... 내가 방 번호를 잘못 알았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