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만두를 만들다...

오애도 2004. 7. 3. 00:36

문득 화장실에 앉아서 만두 만드는 꿈을 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꿈이라는 게 전혀 기억이 안나다가 이렇게 느닷없이 툭 뒤통수를 칩니다.

사실 만두는 엊저녁에 만들었습니다.

아침에 우연히 티비를 틀었는데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만두를 먹어요.. 어쩌구 하는 멘트를 하더군요. 나는 군만두 삼촌은 물만두 엄마는 찐만두... 뭐 이런 대사였는데 그걸 듣고 있자니 갑자기 며칠전 사다놓은 애호박 한 개가 떠오르더군요.

당면만 있으면 한다... 어쩌구 비장한 결심을 하고 찾아보니 역시, 먹다 남은 당면 한 줌이 남아 있었습니다.

낮에 수영 끝나고 슈퍼에 들러 만두피랑 간 돼지고기랑 숙주랑 두부따위를 사들고 와서 씩씩하게 만두를 만들었습니다.

 

쓰레기 만두속 파동이래로 슈퍼마켓의 냉동식품 코너에서는 만두가 거의 없더군요.

난 만두를 좋아하는 터라 가끔 물만두나 군만두 같은 걸 사다놓고 혼자 굽거나 삶아 먹기도 하고 손님 오믄 아쉬운대로 대접도 했었는데 좀 멈칫거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여 나 먹자고 만두를 곰실거리며 빚고 있자니 땀이 송송 솟았습니다.

다 만들고 친구를 불렀더니 약속 있다고 거절, 결국 나혼자 삶아서 우적우적 먹었습니다.

나머지 만두는 달그락달그락 얼려 냉동실에 넣어놨는데 아뿔싸!! 냉장고 문이 제대로 안 닫혀서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바닥엔 물이 한강이고 냉장고 안의 식품들은 죄다 헬렐레...

만두는 이리저리 뭉쳐서 참 가관이었습니다.

결국 아침에도 내장터진 만두를 끓여 먹고 수영을 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무엇이건 집에서 손으로 만든 것은 그 나름의 소박한 맛이라는 게 있다는 것입니다.

그 소박함에 넌덜머리가 나면 길가에 조미료 잔뜩 넣은 오뎅 국물 같은 게 땡기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ㅋㅋ

 

어쨌거나 여름용 만두인 편수는 겨울에 먹는 김치만두 하고는 다른 전혀 다른 담백함이 있습니다.

호박의 들큰함과 파삭거리는 만두속이 주는 풋풋한 손맛이라고나 할까요?

 

하여 내일-오늘- 아침에도 역시나 내장 터진 만두를 끓여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참, 만두 다 만들어 먹고 만두 만드는 꿈 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꿈속에서 만두들이 터져서 애를 먹었다는 것도 생각이 났구요.

꿈에서 만두를 보고 먹지 않으면 행운이 온다고 했고, 먹어버리면 구설이 사라진다고 했는데... 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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