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더위는 갔는가!!

오애도 2004. 8. 15. 02:45

어젯밤 주룩거리며 비가 오더니 더위는 좀 꺾인듯 합니다.

낮에 아이들이 공부를 하러 온다길래 마중 나갔을 때 본 하늘은 그래도 제법 높아졌습니다. 그게 뭔님-??-이라는 태풍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그 높아진 하늘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가뜩이나 여름이라는 계절을 질색을 하는데다 덥기는 우찌 그리 더운지... 당최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일 끝내고-방학이라 일이 죄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인간답게 저녁 여섯 시쯤이면 다 끝난다-집에 들어와 대나무 자리 위에 누워 선풍기 바람을 연인삼아 나머지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먹는 것도 귀찮아서 590원 하는 조미료 냄새 가득한 냉면 육수를 사다가 냉동실에 얼려 두고 국수 삶아 대충 말아 먹었습니다.

운동하는 것도 힘에 부쳐서 낮에 수영하는 걸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터이고 가르치는 일에도 기운 빠져서 별로 재미 없었습니다. 이렇게 축 처져있는 상황에 한 줄 글은 그저 더위 먹은 헛소리가 나올 것 같아 칼럼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더워서 당최 아무것도 못하겠고 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더니 앞에 맍아 소주 홀짝이던 친구의 일갈!! 그러게 더운 나라에서 노벨상-과학쪽으로- 같은 거 받는 거 봤냐? ㅋㅋ

과연...

우중충하고 음울하고 썰렁한 날씨가 대부분인 영국 같은 나라에서 추리 소설도 많이 쓰여지고 뭔 발명이나 발견도 많은 걸 보면 역시나 인간은 좀 썰렁해야 머리가 굴러간다는 것을 새삼 실감합니다.

어쨌거나 망할 놈의 더위 탓에 그저 날건달처럼 집안에서 뒹굴거리는 나날들이었습니다. 일년 내 더운 아프리카 지방에서 안 태어난 게 천만 다행이지 싶습니다.

 

하여 이제 바람도 좀 설렁이고 날씨도 제자릴 잡아가니 나도 슬슬 살아봐야겠습니다.- 좀전에 양재천 두시간 걷고 왔다. 여전히 덥다.-

 

하여 행복하십셔!!

 

머잖아 가을의 문턱에 다다를 것입니다.

 

사족: 그 무더위에도 전혀 짐승처럼 산 것은 아니어서 한 사흘쯤은 친구들이 내 집에서 휴가를 왁자하게 보냈고, 이틀 쯤은 먼곳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귀국한 제자와 이런 저런 이바구도 하고 두 번이나 실패한 춘천행을 기차타고 다녀왔었다.

이사를 할까 하고 방도 보러 다녔었고, 저녁이면 슬리퍼 끌고 나가 친구와 술도 마셨다.

묵은 빨래도 했었고 다림질도 했다.-그 더운데???!-

 

하지만 머리 파마도 못했고 살도 못 뺐다.-현재 소강 상태다. 체중은 안 줄고 사이즈만 아주 조금씩 줄고 있다.-

 

 

사족에 뱀발...^^

춘천에서 찍었습니다.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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