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가야산 통신...

오애도 2004. 8. 22. 23:09

여긴 가야산 밑 카페 '산으로 가는 배'입니다.

징크스의 여왕인 나는 역시나 올 때마다 두 가지 징크스 즉 치솔 안 가지고 오는 것과 비오는 것을 실감하는 중입니다.

어제부터 계속 비, 비, 비 입니다.

한가한 찻집 창밖으로 종일 가야산은 구름을 이었다 벗었다 허리에 둘렀다 뒤집어 썼다...... 여섯 살 계집아이 거울 앞에서 요살 떠는 모습이었습니다. 

밖으로는 추적추적 종일 비가 내리는데  겨울 채비를 하는 수선스런 쥔장 옆에서 나는 종일 빈둥거렸습니다.

낮에 핸드폰 밧데리가 칠순 노인네 근력없어지듯 이유없이 방전되서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연락을 할 수도 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종일 손톱밑의 가시처럼 신경을 건드립니다.

그러면서 나는,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습관과 익숙함, 그리고 얕은 편리함의 노예가 되어 있는가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시각적으로 내 생각을 주절거릴 수 있다는 첨단의 기계문명에  경외감이 느껴지는 것은 분명 자가당착, 자승자박-??-, 웃기지만 슬픈  딜레마이겠지요.

 

산속의 밤은 제법 썰렁해서 드러난 팔뚝에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지겨운 무더위의 여름이 언제 끝나나 하고 모처럼 찾아온 심술궂은 시엄씨 돌아가기 바라듯 기다렸던 것이 언제인가 싶습니다. -뭔소리냐??-

 

하여  이 밤 역시 지치지도 않고 비는 주룩주룩, 추적추적입니다.

내일은 제발 비나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돌아갈 때를 혹은 그만 둘 때를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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