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사소해서 더 어려워.

오애도 2004. 5. 21. 06:30

처음 이야기

 

지난 주는 하루도 안 빠지고 운동 열심히 했습니다.

수영 매일 평균 40분, 걷기 평균 두 시간...

운동량에 비해 체중 주는 속도는 별로지만 출렁출렁거리던 살들이 촐랑촐랑대기 시작합니다.

즉 무게는 안줄었지만 사이즈가 줄었다는 얘기지요.

대신 먹는 걸 아주 자알 먹습니다. 여기서 자알 먹는다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살코기로 싱겁게 만든 장조림이랑 달걀을 중간중간에 먹어주고, 벌써 몇 번 째 나물 잔뜩 넣은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그거 먹으면 거의 배가 안 고픔-

그러니 주린 배 움켜쥐는 일은 없습니다. 밤중에도 배 고프면 우유 한 잔 마시고-칼슘이 부족해도 지방연소가 안된다는 말이 있어서리- 친구가 술 마시자고 하면 술도 마시고, 누가 밥 먹자고 하면 부대찌개도 거하게 먹습니다. 단, 나 좋아하는 탄수화물은 팍 줄였습니다. 고기 먹을 때 공기밥 이런 거 안 먹고, 수제비나 국수 삶아 먹는 일도 안 합니다.

뭐 이렇게 먹으니까 당연히 원하는 속도-그게 어느정도?-로 체중 감량은 안되지만 얼굴 쭈그렁거리지 않고 기운 없는 꼬라지로 빌빌대지 않아서 좋습니다.

몸무게야 때가 되면 줄겠지요.

이 살들이 며칠 혹은 몇 달 사이에 붙은 것이 아니니까 느긋해야 하느니라 하고 주문 겁니다.

살들도 오기가 있지 오랫동안 슬금슬금 모아놓은 것을 한 입에 털어넣기는 어렵기도 할 것이고 싫기도 하겠지요.

하여 마음 느긋이 먹고 있습니다.-사실은 좀 조바심이 남. ㅋㅋ-

그리고 환장하게 수영이 재미있습니다.

거의 날으는 고래입니다. 40분 정도 발 한번 바닥에 안 대고 빙빙 돕니다.

접영할 때 수영장 물은 거세게 물결치지만 그래도 이 몸매에 탁 차고 올라와 살포시 그러나 다이나믹하게 입수한다는 것이 스스로 느껴집니다. ㅋㅋ

 

다 빼믄 재미있는 다이어트 책 낼 것입니다. ^^

 

오래 살진 않았지만 오랫동안 실패한 다이어트 경험자로써 무엇이건 마음의 여유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수영을 할 때도 살겠다고 어깨에 힘주고 고개 쳐들고 있으면 당연히 버둥거리다 빠집니다.

볼링이나 뭐 이런 것도 잘 안된다고 힘들어가면 당연히 삑사리 납니다.

 

엊그제 리본 공예하는데 더블와이어인지 하는 걸 접는데 그 사소한 것조차 잘 안된다고 손가락에 힘 줬더니 당연히 찌그러진 와이어 되었습니다. 신경질은 퍽퍽 나고 머리에 땀까지 삐질거리더군요.

 

욕심과 자만이라는 무게와 부피가 그런 사소한 것에 조차 걸림돌이 된다는 것!!

사소해서 더 우습게 여기지만 거기엔 가늠 안 되는 일상의 진리가 있는 듯 합니다.

 

 

 

사족:  모처럼 새벽에 어슬렁거리며 일어났습니다.

다른 때는 잠들기 위해 머리맡의 불을 끌 때인데 몇 잔 마신 술때문인지 일찍 잠들었다가 깨어난 것입니다.

 

창문 열었더니 비는 밤 새 내린 모양입니다.

몇 해 째 봄비가 조절 안되는 눈물샘에서 흐르는 주책없는 눈물처럼 자주 내립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창문 열고 비내린 후의 텅 빈 새벽 골목길을 한참이나 내다봤습니다.

지난 겨울 이래로 질질 끌려가듯 일상이 흐르고 나는 목줄기 잡혀 집으로 끌려들여오는 철딱서니 없는 가출소녀처럼 그 일상에 역시나 질질 끌려다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일찍 일어난 김에 우산 들고 슬슬 새벽 산책이나 가야겠습니다.

지렁이 따위가 발밑에 지천이든 말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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