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심히 운동합니다.
낮에 수영가서 열심히 돌고, 저녁엔 또 두어시간씩 열심히 걷고 그러다 땡기면 한밤중에 나가 또 두시간 가까이 쏘다닙니다.
살빼자... 가 목적이지만 그렇다고 아사직전으로 굶어가며 하는 짓은 별무효과인거는 진즉에 알았고, 그렇다고 비싼 약 먹으며 혹은 비만 클리닉 같은 델 다니며 우아하게-??- 빼는 일도 정신 나간 짓 같고 해서 늘 결심은 하지만 실천이 안되는 일단 운동을 격하게 하는 일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거의 한달 동안은 쉬엄쉬엄, 나머지 열흘 쯤은 미친듯이-
뭐든 시작하믄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미친듯이 하는 터라 요즘 약간 제정신이 아닌 듯-??-보입니다. 덕분에 조금씩 몸의 부피가 줄어드는 것이 눈으로 보일지경입니다.
어쨌거나 소위 다이어트에 들어가면 나는 우선 수퍼엘 가서 잔뜩 시장을 봅니다.
단백질 위주로 보는데 평소 안 마시는 우유라든가 두부라든가 치즈 같은 걸 사고 요구르트도 사고 토마토 이런 것도 삽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쯤은 쇠고기를 사다가 그냥 소금 후추 뿌려서 구워 먹기도 합니다.
가장 눈에 띄게 줄이는 것은 당연히 탄수화물입니다. 라면은 싹 끊고, 밥은 50:50의 현미와 백미와 콩, 국은 주로 미역국이나 우거지 된장국. 뭐 지방 함량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고등어 같은 생선도 먹습니다.
누구 말처럼 다이어트는 무식하게 굶는 게 아니라 어떻게 더 잘 먹느냐일 것입니다. 그저 밥 한 사발에 찌개 한가지 놓고, 혹은 라면 국물에 밥까지 거하게 말아 먹는 불균형한 식사가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에라 모르겠다가 되 버리지요.
물론 이렇게 시작했다가 일주일 쯤 하고 도로마미타불이 된 것이 무릇 기하인지...^^
어제는 늦으막하게 슈퍼마켓을 갔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홍합 미역국을 끓여 먹겠다고 그걸 사러 갔었는데 벌써 세번째 허탕입니다. -며칠 전에 아무 것도 안 넣고 들기름에 달달 볶아 끓인 미역국을 한 냄비 먹었으니까 이번엔 국물에 변화를 줄 생각이었음-
하여 쇠고기 미역국을 끓일까, 참치 미역국을 끓일까 궁리를 하다가 덜컥 닭 한마리를 샀습니다.
돼지고기도 사태로 한 팩, 등심-순살코기다-으로 한 팩을 사왔습니다.
상추 한 다발도 샀구요.
저녁에 운동 가는 대신 부지런히 요리를 했습니다.
계란 여덟 개를 삶고 돼지고기를 토막쳐 삶았습니다. 돼지고기는 기름기라고는 없이 핑크색 살이 싱싱했는데 삶은 달걀과 함께 장조림을 했지요. 양파도 한개 넣고, 마늘이랑 후추랑 설탕이랑 넣어서 졸였는데 그런대로 담백하고 칼로리 없는 반찬이 되었구요.
닭은 통채로 씻어서 지금 삶고 있습니다.
내일 기름기는 싸그리 제거하고 거기다 미역 잔뜩 집어 넣어 국을 끓일 생각입니다.
어려서 시골에 살 때 고기가 귀하던 시절, 울엄니가 끓여주신 닭고기 미역국은 얼마나 맛 있었던지... 가끔 건져지는 하얀 고기 건더기의 환희로움이라니......
지금은...
통째 닭 한 마리가 몽땅 내 몫입니다.
나중에 고기는 남아서 버려지는 경우도 종종 있을 지경입니다.
앞으로 한 사흘은 닭고기 미역국 한 사발이 아침과 저녁식사가 될 것입니다.
닭고기 미역국이 질리면 그 다음엔 다시 참기름과 들기름만 친 미역국을 끓일 것이고 그 다음엔 홍합 넣고 그 다음엔 쇠고기 넣고... -완전히 산모 해산구완용 미역국 퍼레이드군!! -ㅋㅋ.
사실 이건 농담이고, 해조류가 뭐 칼로리도 별로 높지 않고 기타 무기질도 많다고 하고 또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미역국을 무지 좋아하니까 늘 다이어트 제 일의 메뉴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한 사흘은 역시 비빔밥이나 해 먹어야겠습니다.
나물을 종류별로 만들어 놓으면 한 사흘은 먹어야 할 것이니 말입니다.
어쨌거나 다이어트 얘기를 하려고 쓴 것이 아니었는데 중간에 옆길로 새서 본론을 잊었습니다. ^^;;
아참!! 저녁에 달걀 삶으며 떠올랐던것!
달걀찜, 달걀 후라이, 계란말이, 삶은 달걀 뭐 이런 달걀 요리는 지금도 얼마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지 모릅니다.
밥상 위에 계란 말이가 있으면 그건 와 그리 풍성해 보이는지...
싸구려 냉면집에서 먹는 비빔냉면 위에 얹혀진 삶은 계란 반 쪽의 듬직함. 금방 막 지은 밥에 반숙으로 프라이한 계란을 얹고 맛있는 간장과 참기름을 뿌릴 때의 사소한 행복. 비빔밥 위에 얹은 계란 후라이가 없다면 그거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일 것입니다.
뭐 시금치 나물 한 접시나 콩나물 한 접시보다 가격은 훨씬 싼데 계란이 주는 그 사소한 호화스러움을 말하려던 것이었습니다.
삶은 계란 껍질을 벗기며 어릴 때 먹던 삶은 계란과 밥 위에 얹어 쪄낸 계란찜에 관한 한없는 향수에 잠시 시달렸습니다.
이거 혼자서 다 먹어도 누가 뭐랄 사람 없는데...
대체 내가 행복한 건지 어쩐 건지 그런 사소한 행복은 당연해져 버려서 일부러 호들갑을 좀 떨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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