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비가 옵니다.
오늘은 내일 시험 보는 아이들이 공부하러 왔었습니다.
세시간을 열심히 기운 빠지게 떠드는데 즈이들은 으으 졸립다. 힘들다. 어쩌구 저쩌구 기운 빠져 있습니다.
가르치는 나 역시 기운 빠집니다.
그러다가 한 녀석이 끝나기 전에 삐져서 보따리 싸서 가 버렸습니다.
너무 오래 가르친 모양입니다.
꽉차게 삼년 째 접어드니 그깟 사이비 선생이 같잖아 보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친근해서 선생으로 안 보이고 이웃집 아줌마 쯤으로 보이는지도 모릅니다. 후후
아니면 그저 내가 지들이 과외비 내서 먹고 사는 장삿꾼 쯤으로 느껴졌을까요?
끝나고 돌아가는데 다른 아이 통해 다 못 푼 시험지 답지 챙겨주면서 새삼스레 비애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문자 메세지로 시험 잘 보라고 한 마디 해줬습니다.
그것이 가르치는 자의 애정과 관심이라고 생각할 지 아니면 그냥 돈내고 배우는 것이니 그 댓가라고 생각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열 여섯의 나이에는 열 여섯의 영혼의 키만큼 밖에는 생각할 줄도, 느낄 줄도, 깨달을 줄도 모를테니 말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 아이들이 나만큼 혹은 어른만큼 나이가 먹어봐야만 그것이 얼마나 서툰 치기였는가를 알게 되겠지요.
우울한 오후였습니다.
비 오는 저녁입니다.
돌아갈 곳은 없는데 어딘가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어딘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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