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새벽에 씁니다.

오애도 2002. 9. 4. 02:56
1

이틀 연이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환장하게 덥고 끈적이고 땀나는 날씨에 월요일엔 한 친구와 시원한 맥주집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고, 다음 날은 전날 만난 친구와 함께 또 다른 친구 집을 방문했었지요.

고정 멤버 다섯이 다 모이긴 했는데 두 친구가 돌 지난 아이와 두 돌 지난 아이가 있는 터라, 친구 모임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알라들 재우고 혹은 조용히 시키고 우리끼리 재미있어볼까를 궁리하다가 시간만 보내고 왔습니다. ^^

한참만에 만난 탓인지 이젠 서로 어떻게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들여다볼 여유 같은 것은 없어지고 그저 현상-수선스런 아이-에 대한 얇은 이야기만 하고 온다는 것에 쓸쓸해졌습니다.
삶이 흘러가는 모습이겠지요.

2

무엇이건 영원하거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며칠 우울했었습니다.

초창기 칼럼 개설해 놓고, 허접한 글 올리면서 얼마나 가슴뛰고 행복해 했으며 감사했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겸손하게 회원가입해 주시는 분들이나, 감상쓰기를 해 주시는 분들에게 참으로 몸둘바 모르는 고마움과 기쁨을 느꼈었지요 .

그런데 고백하자면 언젠가부터 새로 오시는 분이나, 가시는 분에 대해 무덤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깨달으면서 갑자기 스스로가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글이란 누가 뭐래도 그 사람의 생각이자 마음입니다.
분명 그런 무덤덤한 마음이 은연중에 글쓰기에 배 나왔을 것이고 많은 분들이 그것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잠시 칼럼을 쉬겠다고 해놓고 몇몇 독자분한테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좋은 글 읽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쑥시러버라^^- 몇몇 분은 역시나 예리하게 칼럼의 퇴색해 버린 열정을 짚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 메일들을 받으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관심과 애정을 받는다는 것에는 그 나름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어쨋거나 다시 돌아왔습니다. ^^
뭐 거창하게 해야할 일이 많았다고 떠들었는데 사실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언젠가도 얘기했듯이 초발심이 돌아오기는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느 분이 그러던걸요. 첫마음 같아질 때 다시 쓰십시오...

...하지만 그건 어렵겠지요.

그게 쓸쓸해서 가슴 가운데가 저릿한걸요.

그렇게 첫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