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새로 산 신발에 관한 소고. 그리고 재방송...

오애도 2002. 7. 30. 03:39
날씨 더운 걸 핑계로 일 끝나고 실실 쇼핑-??-을 다녔습니다.
백화점 냉방이야 뭐 두말할 필요 없이 시원하니까 그저 두리번두리번 아래 위층으로 다니면 구경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아뿔사!! 엊그제는 좀 여성스런 구두 한 켤레를 거금-??-을 주고 사고 말았습니다.
신발은 편한게 제일이다주의자인 탓에 맨날 터프하고 털털한 신발만 신는데다 한 켤레 사서 맘에 들면 날구장천 마르고 닳도록 신는 더러븐 성질 탓에 늘 단벌신사같아 보일 지경입니다. -이래뵈도 신발 많습니다. ^^;;-

어쨋거나 이 신발은 앞쪽에 반짝반짝 큐빅도 박혀있고 구두코도 날렵한 것이 체격과 성격과 얼굴에 안 어울리게 상당히 여성스럽습니다. 후후
신고 학원 갔더니 눈썰미 좋은 동료가, 오모나 신발 예쁘네요 하더군요. 그리고는 따라 붙는말, 뭔일 있으신가요?? -내가 미쳐!! -

작년 이맘때 맞선 보러 갈 때도 나는 털털한 샌들 신고 갔었습니다. 애프터로 두 세 번 만날 때도 운동화 비슷한 신발 질질 끌고 갔습니다. -음... 지금 생각하니 잘 안된 것은 혹 터프한 신발 탓인가!!-

평상시에 안 하던 짓을 했더니 당연한 것처럼 여기저기 이상한 의심의-??-눈초리들이 수두룩하군요.

그건 그렇고 신발도 새로 샀는데 어디 맞선 이런 거 안 들어오나... 작년엔 신나게 몇 번 봤는데... 클클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상당히 재미있었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울아부지, 선보러 가는 내 등뒤에다 늘 말씀하셨습니다.
웬만하면 그냥 가!!-험, 내가 무신 치워야할 보리쌀 자루도 아닌디...-

낼모레는 나가서 공주풍 원피스라도 사서 걸어 놓아야겠습니다.하하. 자알-??- 입으면 내 닉네임처럼 공주 아닌 호호아줌마가 되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어쨋거나 더위 탓에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나날입니다.

사족: 그래도 말입니다. 서울 거리가 한가해서 아주 좋습니다.
학원가서 쉬는 시간에 알라들이랑 스쿠류바 사먹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한 밤중에 운동가서 땀 줄줄 흘리고 돌아와 샤워하고 차가운 대나무 자리위에 눕는 것도 맛있습니다.
-이건 순전히 여름 꼬실려고 하는 소리입니다^^;;.-

사족에 사족!!
작년 꼭 이맘 때 두번 째 맞선을 봤는데-맞선 에필로그를 참조 하시길....- 이제 와서 얘기 하지만 자알-??- 했으믄 더블? 화려한... 초라한 칼럼 됐을 뻔 했었습니다. ^^;;- 그런 의미로 오래전 칼럼 '웬만하면... 혹은 에지간하면의 단상!'을 재방송합니다.


지난 봄에 서른을 훨씬 넘기고 마흔에 더 가까운 나이에 처음으로 선이라는 것을 봤었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결혼에 대해 별로 얘기도 꺼내지 않으셨던 엄마는, 정말 시집을 안 갈거냐, 니 아부지가 저러고 계신데 아부지 돌아가시기 전에 가야하지 않겄냐하시면서 실실 압력을 넣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동안 내가 늘상 엄마한테 하던 얘기는 시집을 안 갈 것은 아니고 인연이 닿으면, 혹은 때가 되면, 아니면 팔자에 있으면, 더러는 운이 닿으면 갈겨...어쩌구 하는 말이었습니다.
엄마는 워낙 내 성격을 아는지라-남이 하라고 해서 할 사람이 아니라는
더러븐 성질- 그러면 별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런데 부쩍 얼마 전부터 자꾸 선자리를 물어 오셨습니다.
"선 본다구 다 시집가는 것은 아니니께 보기라두 햐..."
맞는 말씀이었습니다. 결혼을 안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고 늘 강조하면서, 도통 인연은 만들어 보려고도, 때를 찾으려고도, 팔자를 들여다보려고도, 운을 확인해 보지도 않는 다는 것은 좀 무성의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그렇게 소원이라면 못 들어드릴 것도 없다라는 생각으로-그리고 보고나서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 되니까-선보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첫번째 선이라는게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상대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런 마음으로 나갔으니 생각보다 끔찍하지는 않았습니다.
뭐 설렁 설렁 어릴 때 얘기도 하고, 상대는 수십 번의 맞선 경험자인
탓에 경험담을 재미있게 들려주었습니다. -배운다는 것은 항상 중요한 법^^-
결혼할 뻔한 얘기, 채인 얘기 수십번 선을 봤어도 아직도 모르겠는 여자의 마음 혹은 속성등등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었지요. 상대편 왈,
"편하니까 이런 얘기도 하게 되네요..".
차암... 내...욕인지... 칭찬인지...
어쨋거나 그렇게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다가 그러더군요.
다리를 놓아주신 분이 상대의 고모였는데 그 자리에 나오는 그의 뒤통수에다
"웬만하면 그냥 햐..."
울엄마도 대문 나서는 내 등뒤에다 말씀하셨습니다.
"에지간하면 그냥 햐..."

자, 이 웬만하면과 에지간하면이라는 부사가 우리-????????-같은 노쳐녀-혹은 노총각-들에게 매겨져 있고 또한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사회적 가치라는 걸 말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 단어에 내포되어 있는 저가(低價)의 느낌이 싫습니다.
그래서 상대에게 그랬지요.
"우리 그렇게는 하지맙시다. 웬만하면이나 에지간하면에 넘어가지 맙시다."
그 말을 상대는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뭐 거절의 완곡한 표현쯤으로 알아들었다면 나에게는 다행이구요. 안 그러면 내가 채인 거니까...^^;;

그렇게 나의 첫 번 째 선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정말 나는 웬만하면과 에지간하면에 내포되어있는 저가의 가치밖에 없을까요?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여자 싱글들이 듣는 말로는 그 나이에-?-총각을 어디서 만나... 총각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지덕지해야지... 따위의 것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결혼에 있어 여자의 나이가 중시되는 경향은 아마 여자를 아이 생산자로써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나이 먹어 시집 안가고 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그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누가 뭐라든, 애 낳자고 얼렁얼렁 아무나하고 웬만하면 에지간하면 하고
가기에는 나는 훨씬 고가(高價)^^;;인 탓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기다려 볼랍니다. 내 가치를 제대로 보아주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말이지요.
뭐 결혼이 반드시 애 낳자고 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동물들의 종족 보존을 위한 짝짓기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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