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비내리는 아침에...... 나는 조용히 살고 있다!

오애도 2002. 8. 3. 18:13
조용히 아침 빗소리가 잠을 깨웠습니다.
간드러진 봄날의 빗소리와 다르게 여름의 빗소리는 주룩거립니다.
바람 한 자락 없는 탓에 비는 잘 잡아당긴 실처럼 곧게 직선으로 내립니다.

방 안에 있던 화분들을 밖에 내 놓았습니다.
푸른 이파리들 위로 곧은 직선의 빗줄기가 꽂힙니다.
하지만 그 날카로움은 부드럽게 잎들을 어루만져 참을 수 없는 간지럼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팥죽색의 지붕들은 그 곧은 직선들을 소리없이 맞으며 아침 도시의 우울한 풍경속에 놓여 있습니다.

비 탓인지 아침의 수선스러움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끔 비에 젖은 골목을 지나는 자동차 소리가 세상의 날이라고, 아침이라고 알려줍니다.

이렇게 오래 내릴까.....?
혼자 중얼거려 봅니다.
그 낮은 중얼거림은 조용히 내게 다시 돌아옵니다.
가끔 나에게 타인인 듯 말을 걸어볼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묘한 울림으로 조용한 방안을 떠 다닙니다.

비 내리는 조용한 아침입니다.
내 방은 정지된 그림속 풍경입니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창밖으로 가는 빗줄기만 투명하게 움직입니다.
나는 그 정지된 풍경안의 유일한 움직임으로 존재합니다.
비처럼 살아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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