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나도 가끔은 울고 싶은 걸!!

오애도 2002. 9. 11. 15:05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잔뜩 회색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엊저녁에 지난 토요일 미룬 수업후에 치우지 않고 그냥 둔 책상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세 개의 나무 의자와 등받이 의자 하나가 옹기종기 제자리를 차지하고있는 걸 보면서, 참을 수 없이 무기력, 무의욕, 적막함, 그리고 이름 모를 슬픔까지 스멀스멀 불쑥불쑥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 넓고 퍼석퍼석한 상판에 널려있는, 일생에 별로 도움 안되는 교과서와 연습장, 네 개의 컵, 펜이며 지우개똥 따위들....
또 다른 책상위에 쌓여진 잡동사니 책들이며 메모지며 CD따위가 갑자기 한꺼번에 달려들어 내 몸에 덕지덕지 붙을 것 같은 분열적인 느낌이 확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욕심의 증거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너저분하고 덕지덕지 한 것들이 언젠가는 내 몸을 붙들고, 생활을 붙들고, 종국에는 삶마저 붙들어 휘청거리게 하고 넘어지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마음 밑바닥부터 울고 싶어졌습니다.
버릴 수 없는 것들에 치이거나 매어 산다는 것의 쓸쓸함이 적막한 슬픔이 되어 스멀스멀 눈물을 밀어올렸습니다. 멍청하니 침대 끝에 앉아 눈물을 줄줄 몇줄기 흘렸습니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그 눈물은 정말 말간 눈물입니다. 소금기 따위는 없는 그저 감정 밑바닥에서, 솟아나려고는 꿈따위는 꾸어보지 않은 채 평생 은밀하게 숨어 있다가 말라버렸을지도 모를 순결한 눈물같은 것 말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그런 눈물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밀어올리는 것은 누구나 다 다를 것이고, 개중에는 평생 끌어올리지 않은 채 육체의 소멸과 함께 그저 말라버리는 사람도 있겠지요.

오로지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연민과 사랑 때문에 흘리는 눈물로 나는 저혼자 웁니다.

자 책상을 치워야겠습니다.
의자와 책상이 뭔 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혹,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모르겠습니다.

괜히 아침부터 눈물 흘리고 주저리주저리 떠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