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여우가 숲속을 걷다가 포도 덩쿨을 발견했습니다. 한참 배가 고픈 여우는 그 포도를 따 먹으려고 했습니다. -뭐 물론 나도 그랬을 것입니다. 배가 고프든 안 고프든 공짠데...^^;;-
그런데 그 포도는 여우가 따기엔 좀 높은데 달려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우는 갖은 짓을 했지만 포도는 꿈쩍도 안하고 결국 여우는 포기한 채로 떠나면서 한마디 하게 되지요.
저 포도는 분명히 너무 실거야. 안 먹는게 좋아.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입니다.
내가 하는 결혼에 대한 얘기가 혹시 여기에 등장하는 여우가 하는 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안 그럴려고 하지만 결혼이란 것 때문에 얻은 소위 소셜 포지션이 싱글-?-인 탓에 그냥 일반적인 결혼 얘기를 해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믿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하다 하다 안되니까 분명 실 거라고 자기 합리화하는 여우처럼 말이지요.
나는 한 번도 결혼 생활이 실지도 모르니까 안 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나는 포도보다 더 좋은 게 있고, 그거에 마음을 쓰다 보니 포도 따윈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지요. 아니면 포도가 체질적으로 안 맞을 수도 있구요^^;;
어쨌거나 그 포도가 정말 신지 그렇지 않을지는 모릅니다. 뭐 포도니까 신 부분도 있을 거고 달콤한 부분도 있겠지요. 그걸 먹을지 안 먹을지 지금 먹을 아니면 나중에 먹을지는 순전히 개인적인 선택사항입니다.
나는 한 번도 그 포도 따 보려고 애쓴 적 없는데, 시도도 하기 전에 실패해버린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는 것은 억울한 일입니다. 하긴 그거 억울하면 얼른 한 송이 따 먹으면 될 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포도는 왜 안 보이는 거지?-
그런데 말입니다. 그 여우와 신포도에 속편이 있는데......
어느 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끝에 여우는 그 포도를 따 먹었답니다.
그런데 어찌 됐을까요?
그 포도는 정말 시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우는 그만 둘 수가 없었답니다. 자기가 시다고 말한 것을 따 먹었기 때문에 자신의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던 여우는 그 포도를 먹고 먹다가 끝내는 위궤양에 걸려 죽었답니다.
애써 따 먹은 포도가 시어터진 것이라면?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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