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어영부영

오애도 2022. 9. 12. 21:37

추석 연휴가 다아 지나갔다. 

원래는 아주 거하게 혼자서 명절 기분을 내 보자고 음식을 이것저것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잡채, 갈비찜 그리고 전도 한 다섯 가지 쯤 부쳐? 생선, 새우, 고기, 호박, 육전 등...

가끔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한다. 물론 해 본지는 오래 됐지만...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안 했다. 연휴 첫날 마트에 갔더니 잡채에 넣을 시금치는 너무 비싸고-안 넣고 대충 하는 것은 재미 없다-  생선전꺼리는한팩이 양이 너무 많고, 갈비찜을 하려니 그 전에 사골과 잡뼈와 쇠고기 일킬로그램을 넣고 사흘 걸쳐 곰국을 끓이느라 고기 냄새를 맡았더니 덧정이 없어졌다.

 결국 연휴 동안 먹은 것은 미리 해놓은 수제비 반죽으로 수제비 해 먹기, 곰국에 칼국수 끓여 먹기, 마트 싸구려 초밥 사 먹기, 베이컨 튀겨 상추 쌈 싸 먹기 같은 명절 음식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뭐든 벼르면 안된다. 

추석 당일에 송편이라도 한 팩 사려고 했더니 그게 또 양이 너무 많아서 포기.-명절 대목이라 적은 양 포장은 없었음- 

그렇게 뭔가 어정쩡한 사이에 시간은 지나 버렸고 토실토실했던 연휴는 쭉정이가 돼 버렸다. 

틈나는 대로 영어책만 들여다봤더니 목구멍까지 알파벳이 가득찬 느낌이어서  어딘가 밖에 나가 어슬렁거릴까를 고민하다가 어제는 과천 행.

놀이공원과 동물원 사이에 국립 미술관이 끼어 있다. 

동물원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고 미술관은 굉장히 대조적으로 한가했다. 

결론은 이번 연휴에 가장 잘 한 선택!!

 

의미 있는 전시가 있었고 굉장히 흥미로웠다. 

게다가 미술의 날인가... 하는 걸로 특별히 무료였다.  

 

 

민화에서 많이 봤던 귀염성 있게 표현된 호랑이

  책거리 그림 

옛 그림들만 있는 게 아니라 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함께 전시 돼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생동감이 있어서 좋았다. 

 

 

관람 끝나고 라운지 카페에서 콜라 한 캔.

며칠 전 주문해 받은 홍콩의 제니 버터쿠키 세 개를 싸 갖고 가서 먹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마시면 딱이겠지만 다섯 시 넘어 마시는 커피는 잠에 쥐약인 관계로 눈물을 머금고...

얼마 전까지 혼자 노는 일이 가볍고 신나고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그 가벼움은 많이 없어진 듯하다. 

자꾸만 묵직해지는 엉덩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가장 편하다. 

아직 운전 면허 시험 준비 중이고-여러 사정이 있어서 질질 끌려 가는 중- 일주일에 볼펜심 한 자루씩을 갈아치우면서 틈만 나면 영어 필기 중이고 문법 책 세 권을 동시에 보고 있다.

이유는, 오래 전에 사 놓은 책을 다 깨끗이 완벽하게 끝내고 책을 버릴 생각인데 새로 산 책은 새로 샀으니까 또 열심히 하는 중이다. 결국은 조금씩 수준이 다르긴 하지만 내용은 서로 만나고 의미는 비슷하거나 같다. 세 권을 동시에 하니 좋은 점은 저절로 반복이 된다는 것. 

 

그러는 와중에 시간은 성큼성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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