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흠...

오애도 2022. 9. 6. 10:52

태풍이 지나간 하늘이 더할 수 없이 푸르다. 

밤새 추적적추적 내리던 비가 새벽 녘에 그치고 아침나절인 지금 거짓말처럼 개었다. 

갑자기 블로그가 없어지니 이사가라고 해서 클릭 몇번 했더니 집이 바뀌었다. 

벌써 세 번째 집이다. 

칼럼으로 시작해 블로그로 강제 이주를 당하면서 처음 그 낯섦과 허전함 때문에 오랫동안 마음이 서성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많은 독자분들을 잃었고 무엇보다 내 허접한 글보다 더 빛났던 감상쓰기난의 글들이 사라진 것이 가장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옮겨지면서 오래된 댓글들이 다아 사라졌다. 

내 글들이 사라진 것만큼이나 아쉽고 섭섭하고 슬프다.

모든 것이 깨끗하게 리셋!!

뭔가 너덜너덜해지는 느낌...

2001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22년 째다. 

그동안 나는 늙었고 '싱글'의 화려함도 초라함도 다 뭉뚱그려져 그저 인간 '오애도'가 남아 있는 듯하다. 

어쩌면 또 누군가는 길을 잃어 고정 독자는 하나도 없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쓸 것이고 나중엔 혼자 떠드는 모노로그가 될지라도 의식 다하는 날까지 쓰고 또 쓸 것이다. 

태풍이 지난 자리의 청명한 하늘처럼 내 삶도 이제 태풍을 벗어나 청명한 날이려나... 

때로 우울하고 때로 슬프고 때로 감사하고 때로 기쁘고...

갈수록 바삭바삭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이 너무 가벼워 미치겠지만 그리하여 더러 무섭게... 삶을 지속하는 게 의미있는 일인지도 의문이 드는 순간도 잦아진다. 

 

나는 어쩌면 지독한 허무주의자인지도... 

그저 가을이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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