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먼 곳엘 다녀온 기분입니다.
지독한 감기에 걸렸고 그때문에 일주일 정도 몸이 심하게 성가셔서 뭔가 일상이 부웅 떠 있었습니다. 사흘 쯤 밤 꼬박 새는 불면이 있었고 기침과 콧물과 가래와 씨름을 했습니다. -사람의 몸에서 그렇게 많은 콧물과 가래가 나올 수 있다니...-
나란 인간이 감기 같은 것은 병이 아니라 그저 증세에 불과하다는 믿음이 있어서 꿋꿋이 대증 요법 써가며 자알 버팁니다. 코로나는 아니었고요 -사실 코로나였대도 뭐...-내가 돌보는 아이들이 3주 전쯤 걸렸고 내가 당연히 뒤따라 걸렸습니다. 지난 봄 걸렸던 거에 비하면 강도는 약하지만 증세는 비슷했고요. 3년 전 쯤 코로나 창궐하기 전에도 비슷한 증세로 3주 쯤 고생했었습니다. 기침과 가래 콧물... 그 이전에 전조 증상이었는지 며칠 유난히 몸이 무거웠고 이런 저런 얕은 증세들에 시달렸습니다. 아마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와 몸에 자리잡는 과정에서 면역 체계가 걔들과 싸우느라 다른 소소한 싸움에는 손을 놔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이 든 것은 본격적으로 상기도 감염 증세들로 고생하면서부터였습니다.
심하게 기침을 해 대면서 운전면허 도로주행 교육을 며칠 받았고 시험을 봤고 매일매일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중간중간 제자들이 찾아와 이런 저런 얘기를 오랫동안 하고 돌아갔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일도 더 많았습니다.
사실 이건 뭐 단순한 감기는 아닌 것 같고 이렇게 3주 쯤 앓는다는 것은 독감일 가능성이 더 크겠지요.
어쨌거나 감기든 독감이든 이런 걸로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냥 감기는 좀 덜 성가시고 독감은 그 성가심의 기간이 좀 더 길고 강도가 셉니다. 감기는 일주일 안에 시작과 끝이 있고 독감은 길면 3주 정도이고 그중 닷새 쯤은 장렬하게 온 몸이 독감 바이러스와 싸우는 느낌이 확 듭니다.
그렇게 거의 정점이 지날 무렵 임파선 쪽에 통증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그 동통이 가벼워지면서 서서히 내 몸의 감기 바이러스도 사멸해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하여 거의 끝 무렵을 달리는 요 며칠은 병든 닭처럼 쿨쿨 잡니다. 감기의 정점에 있을 때 연 사흘을 밤을 꼬박 새고 이후에도 찔끔찔끔 잤던 잠의 보충일 겁니다.
아기들은 앓고 나면 부쩍 자라지요. 말도 부쩍 늘고 이쁜 짓도 더 많이 합니다.
아마 아기들은 아파서 크는 게 아니라 부쩍 크느라고 몸이 힘들어 계절성 감기 같은 것에 걸리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장하는 힘만큼 강한 것은 없을 겁니다. 자라고 성장하는 자연의 무시무시한 이치지요.
나이 든 사람들은 환절기 기온 변화에 적응하느라 또한 몸이 고단할 것이고요. 훌쩍 자라는 아기들에 비해 나이 든 사람들은 아프고 나면 조금씩 삭거나 낡아갈 게 분명합니다. 그 또한 자연의 섭리.
어쨌거나 나란 인간은 오히려 큰병 없어서 계절성 독감에도 쉽게 반응하고 또한 장하게 싸워 이기는 지도 모릅니다.
하여 감기는 병이 아니고 잘 보면 건강을 재는 잣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세상의 이치라는 게 뒤집어 생각해보면 의외로 진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통과의례를 치렀으니 한동안 자알 지낼 것입니다.
참으로 좋은 계절입니다.
끝날 받아 놓은 것처럼 매일매일 시간 가는 게 아쉬워서 자꾸 동동거려집니다.
그렇습니다......
사족
한동안 입맛이 당최 없었습니다.
어제 아침에 문득!!! 맥모닝 세트가 먹고 싶어 터덜터덜 아침에 나가 사 왔습니다.
맛있게 자알 먹었습니다.
그렇게 입맛이 돌아왔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