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빈둥거리고 있습니다.
해가 짧아져서 밤이 많이 길어진 요즘 같은 날에는 고즈넉한 시간도 길어져서 좋습니다.
어제 저녁에 어쩐 일로 아홉시도 되기 전에 죽은 듯이 자고 깼더니 새벽 두 시가 좀 안된 시간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다가 벌떡 일어나 커피 한 잔을 타서 부엌 테이블에 앉아 이러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요즘은 쿨쿨 자알 잡니다.
한동안 몸이 너덜너덜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컨디션이 엉망이었는데 그것도 훌쩍 좋아졌습니다.
나는 이제 쉰아홉의 나이입니다.
아홉수를 넘기느라 그런개벼~~
아니믄 스멀스멀 지나가는 중이었던 갱년기 증세가 훅!! 격하게 지나가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가 이쯤에서 조금 몸이나 생각이나 마음을 좀 쉬라는 메세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가 최근 두어 달 동안 운전을 배우느라 심신을 과하게 몰입해서 그런가... 별 생각을 다 해봤습니다.
뭐 원인은 저 여러 가지가 다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자동차 운전인데- 도로 연수 빼고는 자동차 끌고 나가 본 적은 없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뱅글뱅글 돌며 주차연습만 하고 있음- 지금까지 살면서 실수와 실패가 싫어서 뭐든 시도하기를 지극히 꺼려하는 인간인데 하물며 운전 같은 건 실수나 실패가 더 치명적인 것인지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중입니다. 이러다 차를 끌고 나갈 수는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오랜만에 제자들을 만났습니다.
컨디션이 별로인 몸 상태 때문에 근 한달 동안 영 우울했던 마음이 단번에 날아갔습니다.
멀리 캐나다에서 다니러 온 제자가 예쁜 병에 담긴 메이플 시럽과 함께 들고 온 선물입니다.
퀘백의 스타벅스에만 판다는 참으로 유니크한 색깔과 디자인의 머그 잔...
'나'를 위해 고민하며 골랐을 마음이 문득 느껴집니다.
그리고...함께 만난 직업 군인인 또 다른 제자가 친구분들고 나눠 쓰시라며 그 유명한-??- 영양팩을 잔뜩 들고 왔습니다.
내년에 아기 아빠가 된다는 소식에 문득 시간의 흐름이 훅!!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아기 낳으면 아기 안아주러 꼭 가야지 하는 생각이 불쑥 듭니다.
가끔 들러 오랫동안 얘기하고 돌아가는 몇몇 제자들도 있습니다.
돌아가면서,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하면 나는 내가 더 고맙지... 이렇게 찾아와줘서...
진심으로 눈물나게 고마운 제자들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훌륭한 성인이 된 제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자!!는 것입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게 살지는 않았는지... '나'만 생각하고 산 것은 아닌지...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교만하거나 탐욕스럽게 사는 것은 아닌지... 를 늘, 두리번 두리번 뒤적뒤적 마음과 생각을 살펴봅니다.
내가 무슨 복이 많아 이렇게 착하고 반듯한 제자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인지...
그렇게 가을은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살아내느라 혹은 살아가느라 마음도 몸도 생각도 바빴는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이상하게 동동거려집니다.
이렇게 대충 살다가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하필 예순 나이를 코앞에 두고 일어나다니...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