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명은 급성백혈병이다. 정확히 말하면 급성전골수성백혈병...
타입으로 말하자면 M0~M7까지 여덟개의 유형 중에 M3에 해당한다. 백혈병 환자들 사이에선 로또로 불릴 만큼 예후가 좋은 유형이다.
1995년 ATRA-약 이름 베사노이드-가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가장 위험한 유형에서 가장 안전한-??-유형으로 변한 것이다. 어떤 병이든 표적치료제가 있다는 것은 약만으로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먹는 약이라니... 물론 재발방지와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 4차 까지는 다른 항암제를 주사로 맞는 일반 표준치료도 병행한다.
그러나 이전에는 치료 중에 치명적인 출혈로 인해 사망율이 90%에 이르는 가장 무서운 유형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출혈 때문에 1차 치료는 가장 위험한데 이것만 잘 넘기면 거의 무사하다고 보면 된다.-
만성백혈병이 글리벡이라는 치료제로 지금은 거의 백혈병 취급을 받지 않는데-??- 이전에는 역시 사망율이 대단히 높아서 급성백혈병에 의한 사망자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성백혈병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항암제이다보니 그나름 부작용도 평생을 안고 가야 하므로 힘은 들 것이다. 하지만 내 주위에서 본 두어 케이스는 크게 문제 없이 잘 살고 있었고 80 가까이 된 어르신은 나중에 완치가 되고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다.
그에 비해 베사노이드는 일반항암치료가 끝난 후 유지요법으로 길어야 2년 그것도 나중엔 3개월에 한번 15일 정도 복용하는 것으로 끝이다.
어쨌거나 응급실에서 골수검사를 속성으로 하고 그날 저녁부터 약을 먹어야 한다며 처방된 베사노이드를 검색해 보고 내 유형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진짜 백혈병이군... 을 실감한 순간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각설하고 내가 하려는 얘기는 바로 그 치명적인 출혈이 관한 것이다.
8월 하순 경부터 몸에 조금씩 멍이 들기 시작했다. 콩알 만한 것도 동전 만한 것도 있었고 특히 허벅지에 많았고 팔에도 몇 개 씩... 손등을 살짝 꼬집었다 놔도 멍이 들었다. 슬쩍 부딛히기만 해도 좌악 멍이 들었다.
다이어트 하고 있었으니까 그 후유증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암으로 투병 중인 사촌 동생에게 보여줬더니, 언니 암 진단 받기 전에 내가 그랬는데...
뭐래...
동생은 기수 높은 고형암이었다.
뭐 그래도 선정릉으로 운동도 두어시간 이틀에 한 번 다니고 몸에 크게 힘듦은 없었다.
그리고 병원 가기 일주일 전쯤에 미세모 칫솔을 하루 썼는데 잇몸에서 조금 피가 났다. 예전에도 그랬어서 뭐 쓰지 말아야지... 하고는 자다가 새벽에 깼는데 입안에서 쇠냄새...
침을 뱉었더니 시간 지난 출혈이 조금 섞여 나왔다. 아침에 작은 피멍울이 입안에 두 개 생겨서 치과행... 병원 안 가는 내가 두번 생각 안 하고 병원행을 한 것은, 멍을 검색해 보니 백혈병 증세중의 하나였고 그 중에 잇몸출혈에 대한 언급이 꽤 많았다. 게다가 잇몸뿐 아니라 입안 볼살에도 피멍이라니 의아했다.
X-레이를 찍었는데 잇몸 염증도 없고 치아도 잇몸도 엄청 튼튼하고 피멍울은 깨물어서 생긴 거라고... 예전에도 가끔 그런 피멍울이 생긴 적이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내가 내 입 깨무는 걸 모를 정도로 둔감했나... 고개가 갸웃해졌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 바늘로 피멍울을 터뜨리는 만행을!!!-나중에 알고 보니 정신나간 짓이었다. ㅋ-
그리고는 일주일을 정말 바쁘게 보냈다. 동대문 시장도 가고 동생이랑 영화도 보고 새로 생긴 롯데타워 올라갔다가 문 닫을 시간에 내려오기도 했고 학원 수업도 했고 친구 가게에서 알바로 일을 하기도 했다. 매일매일 열 두시 넘어 귀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이나 어지럼증도 없었다. 그 와중에 툭툭!! 혹은 톡톡!! 멍은 여전히 올라왔다.
그리고 친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온 토요일 밤에...옷을 갈아입기 위해 윗도리를 벗었는데...
으악!!!
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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