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 왔습니다.
마지막 문단의 글이 가슴이 저며서요. 굉장히 글을 잘 쓰는 의대생인 듯합니다.
1인실에서 다인실로 옮겨서 같이 있던 환자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건방으로 같은 환자였던 주제에 저 마지막 문단의 진술이 절절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백혈병이 얼마나 힘든 병인지 그 기저에 깔린 절망과 동시에 온 힘을 다해 싸우는 놀라운 전투적 자세에 숙연하기도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희망이란 건 어쩌면 절망이라는 토대 위에서는 더 강렬해지는 딜레마가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부디 부질없는 희망이 아니기를...
백문이 불여일견
그럭저럭 사는 이야기/실습 일기 2017.10.17 01:18
오늘은 제목이 너무 난해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은 다른 과들에서도 할 수 있는 말이다. 특히 외과에서는 모든 수술 과정이 백문이 불여일견 아닌가.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쓸 내용을 말하고 시작하기로 했다. 혈액종양내과의 이야기이다.
내과는 여러 분과들이 있고, 4년차(이제 3년차)가 되면 자신의 분과를 정해야만 한다. 소화기내과가 가장 인기 과이고, 심장내과, 호흡기내과도 꾸준한 편이다. 소화기내과는 내시경 기술 때문에 인기가 많다는 소문을 의대 입학 전부터 들었고, 실제로도 그렇다. 소화기내과의 4년차 전공의나 펠로우 명수는 다른 과들의 몇 배이다. 한편, 내가 PK를 돌 때의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과는 혈액종양내과가 있는데, 교수님들께서도 이를 아셨는지 다른 과를 갈 사람이 대부분이고, 아마 우리 학번에서도 혈액종양과를 올 사람은 극소수니까 의사로서 꼭 알아야 하는 것만 알도록 하라는 주의시다. 국가고시 시험문제도 늘 나오는 데서 나온다는 말과 함께. 맞다. 혈액종양내과는 국가고시 시험 위주로 공부하면 행복한 과이다.
국가고시 내용대로 하면, 혈액종양내과는 학생에게도, 환자에게도 행복한 과이다. 학생은 혈액암, 다른 말로, 백혈병을 가진 환자는 약으로(항암제이거나 말거나, ATRA=tretinoin과 Gleevec=Imatinib만 알면 많은 문제가 해결 가능하다!) 치유 가능하고, 골수이식을 통해 나을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교수님은 그런 학생들을 위해서 백혈병 입원 환자 한 case를 공부하고, 면담하게 한다. 이제껏 통원치료도 가능하던 다른 암들과 달리, 혈액암의 무서움에 대해서 알게 된다.
가시고기 만화나 소설에도 나오듯, 항암제를 맞거나 골수이식 준비를 하면 머리가 빠지게 된다. 머리가 빠지는 것은 다른 항암제도 마찬가지겠지만, 혈액암은 다른 점들이 있다. 사람 얼굴이 창백한 등 general apperance가 다른 것을 보게 되고, 환자와 면담을 할 때도 환자에게 감염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매일 백혈구 수치를 주시하며 백혈구 수치(정확히 말하자면, ANC)가 낮아지면 감염을 주시하는 등 외줄타기를 한다. 1년 동안 발표한 타 과의 case는 CBC count(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수치)가 없던 적도 있었고, 대부분의 과에서 발표자료를 만들 때 복사와 붙여넣기를 해서 마무리하는데 혈액종양내과에서는 CBC에 매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더 쓰자면 얼마든지 있는데, 항암제의 부작용이 뚜렷한 편이고, 환자가 힘이 빠지는 것이 대체적으로 느껴지고, 혈액암은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므로 기본적으로 4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고, 교수님께서도 환자가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 유전자형인지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아니면 환자가 몇 년 뒤 재발을 할 것인지에 운에 맡기게 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렇게 열심히 써도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애초에 내가 긴 시간동안의 병실의 상황을 글로 적어낼 만큼 달변가도 아니기도 하다. 글로 많은 내용을 알았더라도, 직접 보면 다른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혹시라도 주위에 혈액암이나 백혈병 환자가 있다면, 글로 본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눈으로 본 사람의 입장으로서 진심으로 기도해줄 것을 부탁한다.
출처: http://mrcyu.tistory.com/10 [의대생의 사람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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