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혈병 투병기

고마워...

오애도 2017. 10. 26. 18:24

요즘 자주 듣는 말입니다.

크게 문제 없이 잘 견디어줘서, 생각보다 많이 괜찮아서, 걱정했던 것보다 정말 아무렇지 않아줘서... 그런 의미라는 걸 압니다.

 어제는 친구와 한시간 넘게 통화를 했습니다.

지금은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한참 전에 암수술을 받았던 나보다 몇살 어린 친구입니다.

언니, 나 성질 더럽고-??- 까다로워서 사람 오래 잘 진심으로 사귀지 못하는 거 알지? 그 중에 언니는 정말 특수한 관계고 가장 의지하고 있다는 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식의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언니 없으면 어찌 되겠어? 그러니 사고 치지 말아요. 그리고 이만큼, 이 정도라서 고맙고 고마워. 정말 고마워...



 병원에 있을 때 내가 전화로나 병문안 온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괜찮어, 정말 괜찮아. 진짜로... 였고 퇴원하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고마워... 였습니다.

 발병하고 병 때문에 울었던 기억은 그다지 없는데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 때문에 혼자서 자주 눈물 질질이었습니다.

진심으로 모두 고맙고 고마워서요.

38일 입원해 있는 동안 내겐 보호자가 없었습니다.

큰올케가 항암 주사 맞고 가장 힘들 때 3박 4일 와줬고 병실 옮겨야 될 거 같아서 일주일 후 다시 와달라고 했습니다. 나란 인간이 뭐 아무리 씩씩해도 백혈병 환자인 주제에 비틀거리며 이삿짐 싸는 건 좀 비참할 거 같아서요. ㅋㅋ 

청주 사는 큰올케가 와서 2박3일 있다가 갔습니다. 물리적으로 못 움직일 정도도 아니었고 결국은 어떤 고통도 홀로 스스로 견뎌야 하는 것이고 결국은 시간의 문제였므로... 그래도 이틀에 한번은 팬티랑 수건도 내손으로 꼭꼭 빨았습니다. 하하.

그렇지만 그 38일 중에 거의 30일 가까이는 누군가 늘 병문안을 와 주었습니다. 많으면 하루에 세 팀...

컨디션 좋을 때는 튜브 모양으로 생긴 치질용-??- 방석을 옆에 끼고 이놈의 인기는 식을 줄 몰러... 라는 실없는 농담을 하며 같은 방 환자들에게 다녀오겠습니다~인사를 하고 나가면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해 주곤 했습니다. -혈액암 병동은 병실 면회가 안 됨- 누군가는 튜브 끼고 어디 수영가남? 하고 우스갯소리도 해 주고...

모두들 막상 와서 보면 훨씬 말로 듣던 것보다 걱정이 덜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환자인 주제에 늘 킬킬거리며 얘길 해서 종종 자기들이 더 아픈 거 같다고도 했습니다.

정말 경향각지에서 그렇게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는... ^^;;

 병명이 주는 무게가 가늠되기도 했고 내가 그들에게 무엇이었는가 라는 건방에서 반대로 그들이 내게 어떤 존재들인지를 통렬하게 깨닫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누군가 그것도 아주 여럿이 내 대신 끅끅 울었다는 것도... 오랫동안 오랫동안 정신 없이 길을 걸었다는 것도... 세상에 뭐 이 따위로 불공평해!! 라고 하늘에 삿대질을 해 줬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2차 항암에 들어갑니다.

1차에 비해 반으로 투약이 줄었고 입원하지 않고 외래로 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엊그제 혈액검사 결과는 완전히 정상이었지만 그날 한 골수검사 결과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결국은 견디거나 치러야 하는 문제고 시간의 문제겠지요.

심란한 마음이 걱정인지 두려움인지 모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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