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다.
유달리 기관지 안 좋은데 감기로 기침 가래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항암을 했으니 후유증이 없을 리가 없다.
주사 맞고 이틀 후부터 이틀 동안 온 몸 피들의 전쟁을 겪었다. 아픈 것도 아니면서 온 몸의 피가 들고 일어나 몸 전체를 달리고 있는 느낌... -1차 때는 열이 좀 있어서 온 몸의 피가 창을 들고 일어나 싸우는 느낌이었다. 회진 온 주치의랑 전문의 등등 따라왔던 세 사람이 그말 듣고 빙그레 웃었다-
이번엔 내방 침대에서 어느 땐 전화기 드는 일도 안 될만큼 무기력함과 그야말로 알고 있을 지도 혹은 짐작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항암제의 후유증-나른함-과 뼛속까지 느껴지는 고독과 함께 누워 있었다. ㅋ
그러다가 조금 열이 오르면 잠시 후 땀이 쭈욱 나면서 베갯잇을 적신다.
게다가 기침 때문에 맑은 가래 때문에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기침 하느라 타는 듯한 위산을 두어 번 역류 시키고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 앉아 젠장할!! 의사 아닌 나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럴 거 알면서 굳이 지금 이 때 약을 투여했어야 하는 겨? 마음속으로 구시렁 구시렁...
그리고 잠깐 책상에 엎드려 꺼이꺼이 끅끅 한밤중에 컴컴한 방에서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말년의 내가 보살펴야 했던 늙고 병든 울엄니가 아니라 나 어릴 때 아프면 머리 짚어 주던 울엄마...
병원에 입원해 혼자 누워있던 첫날 밤... '엄니'가 안 계셔서 다행이었고 '엄마'가 없어서 서럽고 서러웠었다.
망할 베사노이드는 우울증을 부르기도 한다더니...
그리고 다음 날 편의점에 먹을 거 사러 내려갔다가 올라오는데 죽을 거 같았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월요일 하루를 버티고는 화요일 택시 불러 긴급으로 병원행...
걱정하던 일이 일어났어요, 했더니
주치의는, 엑스 레이 살피고-깨끗해요- 청진기 대 보더니 천식이 있냐고...
작년에 천식이라고 일주일쯤 항생제 먹었던 적이 있었다고 했더니, 괜찮아요. 큰일 아니예요. 천식 센터 들러서 치료 받고 가세요~
결국 시간 늦어서 치료는 못 받고 예약해 놓고 터덜터덜 돌아와 또 밤새 고생...
어제 택시 불러 타고 병원행... 이것저것 잔뜩 약 받아 와서 먹고 있다. 병원 갔다 와서는 약도 안 먹었는데 많이 괜찮아졌다. 참 내...
어쨌거나 내일이 주사 맞은지 일주일 되는 날... 혈액검사 결과가 궁금하다.
수치는 다아 내려간 것인지 아직 더 내려가야 하는 것인지... 1차 때에는 보름을 기점이라고 했는데 나는 18일 정도였었다. 늦게 떨어진 대신 오르는 속도는 거의 고속도로였었다.
이번엔 약 투여량이 반이니까 시간도 반이었으면 좋겠다. ㅋ
확실히 1차에 비해서는 기타 후유증은 10분의 일 정도이다.
함부로 자만하고 건방떨 일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난 참 괜찮은 인간이다. 튼튼하지 않은가!!!
그 와중에 씩씩하게 소고기 미역국 한 냄비 끓여놓고 먹고 있다.
하지만 어제는 울엄니 첫번째 기일. 날씨 갑자기 추워졌다고 큰오라버니는 오지 말라고 했다. 결국 못-안-갔는데 울엄니 내가 보고 싶지 않으셨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니는 어쩌면 매일매일 영혼으로 내 옆에 앉아 내 머리를 짚어주고 계실지도 모르는 일...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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