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퀼트

틈틈이...

오애도 2008. 10. 5. 17:49

 이상하게 어떤 사물들은 고물고물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절묘한 유머를 형성한다. 지나치게 많은 생물들이 모여 꿈틀거리면 어느땐 혐오감을 유발하기도 하지만-뭐 구데기 같은 것... 으악!!- 종종 표정없는 사물들이 뜻하지 않게 무리를 이루고 있을 때 나는 종종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을 느끼는데 이게 가당한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저렇게 여덟 개의 다리를 우여곡절 끝에 다아 완성해서 책상위에 올려놨는데 문득 그게 귀엽기도 하고 제법 품위있는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잘 구워진 닭다리 모양을 하고는 지들끼리 수군수군... 난 솜이 좀 많이 들어간 거 같어.  난 글쎄 잘못 꿰매서 다섯 번이나 튿어내고 꿰맸다고... 난 귀찮은지 공그르기로 막아햐 하는 창구멍을 글쎄 감침질을 하더라구... 오 예~ 넌 미끈한 걸...

어쩌구 하면서 저희들끼리 다리로써의 애환을 얘기하고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여 불쑥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다.

 

 

어쨌거나  저 다리를 죄 붙여 날렵한 사슴 한쌍을 만들었다.

다리 붙이는데 균형 안 맞아서 튿고 다시 붙이고 튿고 다시 붙이고... 두번 다시 만들 것 같지는 않은데 우여곡절에 비하면 의외로 날씬하고 예쁘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이 아니라 가녀린 다리땜에 빛나는 사슴이다. 솜을 튼실하게 넣은 뒷다리는 토실토실 섹시하기까지...

수업 중에 틈틈이 만들긴 했지만 어딘가 주릅을 싸면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눈부시게 흰 광목천으로 상서롭지 않은 흰사슴을 만들어봐?? 생각 중이다.

 

이건 얼굴 클로즈 업.

비록 프렌치 넛이나 새틴 스티치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도 눈이나 입을 그리면 그만 생명현상이 생기는 듯 하다. 눈과 입이 없을 때 보면 저것은 아무 것도 아닌데 저렇게 눈과 입이 제 자리를 잡으면 그만 불쑥 영혼이 깃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얼마 전에 주문한 천들...

비싸고 고급스런 르시앙사의 사이토 요코 천과 체크천들...

부드러운 색감의 체크천을 보고 있자면 스멀스멀 행복해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저걸로 무얼 만든단 말이냐...

저것을 틱!!! 주문하면서 나는 내가 돈을 번다는 게 뿌듯하다는 생각을 한다. 명품을 사재끼거나, 끝도 없이 옷이나 화장품을 사재끼거나 하는 일도 없이 기껏 내가 누리는 사치는 바로 저렇게 질좋은 퀼트천을 살 때이다.

나중에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저걸로 밑천 삼아 장사를?? 하하하

 

 

어떤 발상으로 저런 색감을 디자인 할 수 있을까가 궁금한 카페파셋 천이다.

카페파셋 천만으로  만드는 작품집이 나와 있을 정도로 유명한데 나는 아직 아무것도 만들어 본 게 없다. 8분의 1마 짜리 천이지만 색감만 보고 있어도 기분 좋아지고 반짝 생기가 난다.

 

아직도 시험 기간이고 아이들 오길 기다리면서 망중한이다. 사슴을 다아 끝냈으니 또 무얼 시작할까?

커튼도, 베개카바도, 만들다 만 이불도, 새로 산 천으로 만들고 싶은 기타 소품들도... 마음은 바쁘다. 맛있는 간식 사다놓고 좀 있다 먹어야지... 하고 기다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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