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퀼트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오애도 2008. 9. 3. 11:06

햇빛 눈부신 아침입니다.^^

어제까지는 제법 우중충하더니 드디어 햇빛 쨍!!!! 입니다. 온 집안의 문을 다 열어놓고, 눅눅한 공기를 몰아내고 있습니다.

선선한 바람과 빛나는 햇빛과 파삭이는 공기가 떠다니는 가을 냄새 풍기는 날들이 오면 아무 일도 없는데, 스멀스멀 온 몸에서 가려움증처럼 기쁨이 밀려오는 중증환자입니다.

 

 

 

 

주말 내에 틈틈이 만들었던 크레이지 기법의 가방입니다.

페더스티치 하는 중입니다. 페더스티치라니까 아마 깃털 모양이라는 뜻일텐데 깃털이 아니라 솔잎같은 모양입니다. 길쭉하게 놓아야 이쁘다고 자꾸 길쭉길쭉 점점 길어졌습니다. 천이 고급스럽고 색이 무거울 땐 손을 많이 대면 고급스러움이 더 살아나지요.

 

 

               

 

수 놓는거 재미 있습니다.

언젠가 아주 오래 전에 사주를 봤을 때 나더러 일본과 아주 잘 맞는다고 하더군요. 말하자면 일본풍? 뭐 이런걸 좋아할거라고 했습니다. 오밀조밀하거나 소소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주에 별 게 다아 나오네... 하고 웃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뜨개질이나 바느질이나 아니면 조물락조물락 수공예에 관한 책들이 일본에서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었거나 그것들을 원용해 우리나라에서 인쇄기술 형편없게 책이 나오던 70년대에 그걸 보면서 정말 이런 걸 만들고 싶네!! 했으니까 맞는 말일지도...

 

그렇긴 하지만 내가 마음을 뺏기는 것은 사실, 문 열고 들어가면 가운데 두툼하고 투박한 나무로 만든 커다란 테이블이 있고, 벽에 붙어 있는 선반에는 잼이며 땅콩버터며 과일조림을 담은 병들이 올려져 있으며, 퀼트로 만든 벽걸이 장식에 체크무의 커튼이 드리워진 창밖으로 푸른 나뭇잎이 흔들리는 숲 속의 작은 집... 말하자면 아메리칸 컨트리 풍입니다.

만화영화 같은 걸 보면 숲속에 살고 있는 동물 가족들이 등장하고 아이들은 숲속에서 뛰어 놀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코코아와 쿠키가 놓여 있지요. 그런 그림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아마 나는 전생에 그런 시골 숲속에서 살던 주근깨 투성이의 소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하.

 

 

 

 

 

 다아 만들어진 가방입니다.

기법과 재질은 모던한데, 모양은 칠순이신 울엄니가 들면 딱 알맞을거 같은 가방입니다.

하여 울엄니 추석 선물입니다.

 그동안-이것도 거의 10년이 다 되가는군-퀼트 하면서 싸가지 없이 울엄니 위해 만든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벽걸이 하나 만들어 시골집에 걸어놨다가 다시 갖고와 공부방 벽에 걸어놨습니다.

겨우 스트라이프 동전 지갑 하나가 전부인데 울엄니, 동네 친구분들한테,  이거 애도가 손바느질로 만든겨~~ 하고 자랑하시는데 믿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답니다. ^^;; 내가 글케 재주가 메주인 인간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퀼트 가방의 특징은 믿어지지 않으리만치 가볍다는 것입니다. 기운 없는 노인들한테 그건 굉장한 미덕이지요.

 

 

 

가방 안쪽에 제천 바이어스를 하기 위해 남긴 시접부분을 그만 자투리 여유분 솜을 자르면서 쓰윽 자르고 말았습니다.

아마추어긴 하지만 바느질 오래 한 인간으로써 정말 쪽팔리는-??-실수지요. 퀼팅은 다 끝났고, 할 수 없이 천 잘라서 기웠습니다. 저거 기우면서 어릴 때 해진 옷 깁던 울엄니랑 그거 입고 다니던 때가 떠올라 잠시 향수에 젖기도 했지요.

나... 나이먹어 이제 깁는 짓도 할 수 있구나...

그때는 까마득하게 나도 저런 걸 할 수 있을 때가 있을까 했었는데 말이지요. 무엇이든 쓱쓱 할 수 있는 나이라는 건 그렇게 때로 쓸쓸함입니다.

 

 

바탕천의 우중중함을 희석시키는 파스텔 톤의 요요들... 과 자개 단추...

 

 

요즘 허구헌날 앉아서 바느질 하는 책상 위...

얼마전 버려진 가구가 있길레 낑낑 들고와 책상위에 올려놨더니 안성맞춤. 창문 낮아서 밖에서 언뜻 들여다보면 종종 드러나는 방안 풍경도 많이 가려주고, 나름 수납도 아늑함도 함께 주는 게 신통합니다.

 

 

 

 

풀샷으로 한 컷!!!1

 

 

 

 

 

다아 쓴 퀼팅 실... 잔뜩 감긴 실을 보면서 바닥이 드러날 때가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의외로 자주 보게 됩니다. 우리 삶도 그렇겠지요... 아주 길어서 끝이 보이지 않을 거 같지만 저렇게 조만간 바닥과 끝을 드러낼 것입니다. 사소한 것만 아끼는 오애도. 한 뼘짜리 실도 자알 빼놨다가 다시 씁니다.

 

                     

 

 

 

그리고 새로 셋팅된 어항...

스물 한 마리 물고기 중에 어제 두어 마리가 죽었고, 앞으로도 분명 몇 마리 쯤 환경변화를 못 이기고 죽겠지요.

진짜 수초를 키우고 싶어서 한참을 망설이다 돌아왔었습니다. 조만간 살아있는 풀을 심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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