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청소하는 꿈을 꿉니다.
어제는 어쩌자고 집안 구석구석 거미줄이 쳐져 있고 그것을 낡은 플래스틱 빗자루를 들고 털어내는 꿈이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그릇 주위에조차 비단실같은 거미줄이 쳐 있어서 희한해 했습니다.
거미줄이 천정이나 높은 데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신발이나 이런데 쳐져 있으면 사람이 죽는다고 했는데 다행이 신발 이런덴 아니고 구석구석 쳐진 것을 털어내는 꿈이었으니 오히려 골치 아픈 모든 것들이 싸그리 사라진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꿈보다 해몽!!!- 뭐 별로 골치 아픈 것도 없지만 말입니다.
오늘 아침엔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꿈을 꾸었습니다.
대개가 청소하는 꿈은 길몽으로 반가운 손님이 오거나 미혼자는 시집을 가거나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해질 꿈이라고 합니다. ^^;;
물론 반가운 손님이 오기로 한 것은 확실합니다.
분명 해묵은 먼지를 털어냈으니 묵고 오래된 친구입니다. 아니면 해묵은 골칫거리가 해결되던가... 소식없는 막냇동생이 오려나~~
작년 이맘 때 돌아가신 울아부지가 푸른 색 작업복을 입고 청소부로 일하시는 꿈을 꾸었습니다.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커다란 냉면 그릇에 밥 한그릇을 주시면서 우리 딸 애도여~~ 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자랑하시던 목소리가 선명합니다. 것도 롯데호텔에서...
당신 살아 생전에 한 번도 안 하셨던 육체노동을 하신다는 게 신기했었습니다. 아마 생전에 해보시지 않았던 일로 자식들 앞길을 깨끗이 쓸고 계시지 않을까... 주술적인 생각을 해 봅니다.
주말에 드라마 사랑과 야망이던가요. 아버지 돌아가셔서 꺼이꺼이 우는 딸 보고 괜히 나도 울아부지 생각나서 꺼이꺼이 울고 말았습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신사동 사거리에서 압구정로로 이어지는 길-길이름은 모른다-은 마치 유럽의 골목길 같습니다. 군데군데 휘황하지도 않은 옷가게며 소품가게 같은 것들이 있고 사람들은 거의 걸어다니지 않고 건물들은 나지막합니다. 길양편으로 은행나무 가로수가 축축하고 뿌우연 저녁 안개에 젖은 채로 서 있었습니다.
엊저녁 수업하러 가던 길풍경이었습니다.
괜히 가 본적도 없는 전헤린의 수필집에 나오는 슈바빙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오렌지빛 가스등만 있었다면 말입니다.
나는 아이 주려고 산 쵸콜릿을 주머니에 넣고 그길을 걸었습니다.
늦게 수업 마치고 돌아오면서 잔뜩 어항에 물고기를 사다 넣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두어마리가 죽어 있었습니다.
새 곳에 깃들기가 쉽지 않았을 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첫 길, 새 곳을 사는 것입니다.
누구든 살아보고 다시 태어나 사는 일은 없을테니 말입니다.
그 낯선 곳에서 우리들은 모두 잘 살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 삶의 첫길을 노련하게 살아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이 경험을 용납하지 않는 삶의 불가해한 모습은 아닌지...
새곳에 적응 못해 하룻밤 새에 죽은 물고기를 보면서 해 본 생각이었습니다.
친구가 오기로 했습니다.
꿈에서처럼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를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친구를 맞고 봄을 맞을 생각입니다. ^0^
행복하십셔~~
'그 날 그 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쁘다... (0) | 2006.02.22 |
---|---|
시작하는 몇 가지 것들.. (0) | 2006.02.17 |
시간은 흐른다 (0) | 2006.02.10 |
이런!!! (0) | 2006.02.08 |
눈오는 날 (0) | 2006.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