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래 되고 묵은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고만고만한 나이와 고만고만한 삶의 무게와 고만고만한 마음밭을 가진 친구들이지요.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나 색깔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만약 똑같으면 얼마나 지겨울 것인가?- 오래된 포도주나 길든 구두처럼 편안해진 친구들입니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위치는 달라서 누구는 장녀고 누구는 막내고 누구는 가운데 바짝 끼어 있는 샌드위치고...
당연히 연로하신 부모님 혹은 엄마가 계십니다. 집에서 막내인 친구는 또한 당연히 가장 연로하신 엄마가 계시구요.
그 친구의 엄니가 노환으로 종종 자식들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들 나이만 했을 때의 엄니들은 얼마나 태산 같았는지요. 하지만 무엇 하나 머뭇거림 없이 해치우시던 바지런하고 당당했던 손놀림이 어느 순간 머뭇거리고 후들거리는 걸 보거나, 늘 씩씩하셨던 걸음걸이의 느리고 무딘 착지를 보면서 혹은 언제나 옳고 바른말만 하신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당신의 언어에서 말도 안되는 강짜를 느꼈을 때...
이제 예전의 당신만큼이나 나이 먹은 자식들은 늙어 삭아가고 스러지는 가련한 한 '인간'의 모습에 가슴이 메어지는 것입니다.
엄니의 그모습이 슬퍼 한 친구가 못하는 술을 마시고 엉엉 울었습니다. 덩달아 우리 넷도 줄줄 울었습니다.
아마 다섯 모두 각자 그렇게 모두 늙어가는 혹은 늙으신 엄니들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피하거나 막을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란 건 얼마나 쓸쓸한지요.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우리도 그렇게 늙고 사그라들겠지요.
그럼 나는 누가 울엄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울엄니 가엾어서 어쩌나... 하고 울어줄 사람조차 없겠지요.
거두고 내려다보고 떠나보내고 정리가 시작되는 사십대의 초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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