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대공원엘 갔다 왔습니다.
그저 거리만 휘적휘적 걸어다녀도 온 몸에 가을이 덕지덕지 붙는 느낌인 나날들입니다.
수영을 다녀오면서 김영모 빵집에 들러 모닝 샌드위치 한 팩을 사들고 와서 가방에 챙겨 넣었습니다.
이미 중반을 넘어선 계절 탓에 쇠락하기 시작한 단풍이기는 햇지만 공원을 둘러 싸고 잇는 산들은 색깔 옷을 제법 걸치고 있었습니다.
느즈막히 나섰던 터라 내러오는 사람들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는 거의 없더군요. 어스름이 내리는 공원 입구 길가나 호수위 다리 위에서 사랑 잃고 헤매는 여인네처럼 멍청히 서 있기도 했더랬습니다. ^^ 누구하나 말 걸어 오지 않는 거야 당연한 거지만 돌아가는 이들의 그 묵묵한 걸음의 끝은 따뜻한 불켜진 내 집 이겠지요?
물론 싸가지고 간 샌드위치는 그냥 들고 왔습니다. 후후.
그래도 나처럼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하는 중년의 남정네나 여인네들이 꽤 있던걸요.
먹을 거 한 쪽이나 동전 한 푼 주는 것도 아닌데 때로 일상은 누리기 황송하리만치 감사하게 무형의 것들을 선사합니다.
어스름해서 안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잔뜩 가을색이지요?
어제 늦게 들어와 봤더니 친구로부터 택배가 와 있었습니다.
지난 주일 묵고 갔던 친구가 보내 준 것이었습니다.
천명관의 소설'고래'를 비롯한 일곱 권의 책... ^0^
모든 책 들이 고른이의 안목을 짐작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나는 맛있는 음식 받은 것만큼이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일 끝나고 걸어오는 길에 꽃집에서 마가렛이라고 하는 흰빛 나는 소국 한 다발을 샀더랬습니다. 다발이 커서 화병 두 개에 나눠 꽂았지요. 하나는 작은 방에, 하나는 침대 머리맡 테이블에... 그렇게 국화 향기 맡으며 새벽까지 침대에 누워 좋은 친구가 보내 준 책을 읽었더랬습니다.
자~~ 이만하믄 남부러울 거-??-없는 삶이지요? ^^;;
별 건 없지만 사는 게 감사한 날들입니다.
하여 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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