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음....

오애도 2005. 9. 11. 00:28

어제 오늘 이틀 복부 팽만감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어제 아침에 칼국수 끓여 먹는 것부터 심상찮은 증세가 있었던 듯... 점심은 따뜻한 밥 하고 고구마순 볶음 하고 먹었고 그때부터 실실 배가 부른 것이 저녁까지 그대로였다. 학원에서 네 시간을 떠들었는데 여전히 배는 꺼지지 않았고, 밤에는 갈매기 살이랑 소금구이를 먹었고 2차는 동동주 반 잔에 안주는 김치 찌개였다. 뭐 보면 과히 이상한 것은 없다. 아니 막판에 사과랑 먹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동동주집에서 김치 부침개를 서비스안주로 주기에 혼자서 야금야금 먹었는데 그 탓인가...

어쨌든 종일 뱃속은 빵빵하게 들어갈 줄 모른다. 점심 먹은 이래로 먹은 거라곤 소화제 밖에 없는데 아직도 빵빵하다.

약국에 갔더니 밀가루 음식과 매운 것을 자제하란다. 이런... 점심에 설렁탕면 끓여서 삼각김밥과 함께 먹었는디...

여하간 당분간 먹는 거에 조심조심.

낼 아침에는 햇동부 넣은 따뜻한 밥 지어 먹어야지. ㅎㅎ.

 

내일은 수업 많은 일요일이다...

 

오늘은 종일 이빠진 것처럼 아이들이 한 명 씩 빠져서 수업이 역시나 맥이 빠진다.

6학년 팀은 아침에 집 나와서 열 시 넘어까지 집에 안들어가고 학원을 돌았단다. 피곤이 역력해 보인다. 이거이 뭔 짓인지...

 

아이들한테 세계어린이 명작을 읽히고 있는 중이다.

책이 얼마나 재밌는지 몰랐던 알라들이 슬슬 책에 빠지는 것이 보인다. 올리버 트위스트, 왕자와 거지. 레미제라블, 톰소여의 모험...

선생님 올리버 트위스트 세 번 읽었어요... 이런다.

책이란 게 한 번 빠지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결과는 자명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뒤져보니 다아 집에 있는 책이란다. 이론... 이렇게 재밌는  줄 몰았어요~~ ^^;;

엄마들 무지 흐뭇해 한다. 시간 날 때마다 책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어찌 아니 흐뭇하겠는가??

뭐 물론 올리버 트위스트에 영국의 초기 산업사회의 폐단이 어떻게 암암리에 녹아 있는지, 왕자와 거지에 어떻게 중세의 마녀 사냥에 대한 비판이 은근슬쩍 첨가됐는지 전혀  몰라도 상관 없다. -예전에 내가  읽었을 때도 물론 몰랐다. 요즘 다시 읽으면서 비로소 선명하게 보인다. 자간과 행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그리하여 축복이다^^;;- 

어쨌든 단편적이고 현란하기만 한 비쥬얼의 자극과 뭔지 모르지만 그저 읽으라니까 읽어야만 하는 맨숭맨숭하는 실용서-교과서, 참고서, 학원 교재-에서 벗어나 순수하고 진득한 서사구조에 빠져든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래서 개구지고 시끄러운 녀석들이긴 하지만 이쁘다.

 

그나저나 재미있는 이야기 다 떨어지면 역사니 철학이니 하는 걸 읽혀야 하는디 걱정이다. 어쨌든 재미있다고 우긴다고 재미 없는 책이 재밌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뭐 영양가 있다고 다 맛있는 것은 아니잖은가!!.

나는 요세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다. 다 늙어 읽자니 어릴 때 맛있다고 먹었던 불량식품들을 늙어 먹게 됐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상하지만 내내 하루키 문학의 기저를 생각했다.

 

며칠 전 가위눌림이란 걸 당했었다. 분명 실체는 없는데 누군가 내 등뒤에서 나를 꽉 끌어안고 놓아 주질 않는 거였다. 헤드테이블 위에 있는 스탠드를 켜야 하는데 팔은 꽉 잡혀 있었다.  

그때 소리쳤었다. '아부지 살려주세요~~'

그날 이후로 난 잠자기 전 불을 끄지 못한다. 그것은 꿈이었을까?

새벽녘 꿈에 친구와 여행 도중에 시체농장엘 갔었다.

낯선 동네였는데 '시체농장'이라는 팻말이 선명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시체들이 뒹굴고 있었다.

시체 썩는 냄새 날까봐 승용차의 창을 올리던 기억이 선명하다.

꿈에 시체를 보믄 횡재를 한다더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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