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비오는 날 한낮...

오애도 2005. 9. 9. 12:48

반짝이 목걸이는 어제 하고 학원 갔었다.

차마 버튼다운 스트라이프 셔츠 입고는 어색해서 못하고 검은색 피케셔츠에다 했다. 좀 났드만...

당연히 알라들은 난리가 났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고 어른과 아이 구분 못하고 말 함부로 하는 꼬맹이 녀석들은 '개 목걸이 같아요~~' 했다가 나한테 얻어 터졌고, 쪼매 분간할 줄 하는 여자애들은 '선생님, 심히 반짝거려요~~~' 하길래 '집 팔아서 샀는데 괘않냐??' 했다.

역쉬~~ 목걸이든 뭐든 가끔 하믄 튀는 게 확실하다. ㅋㅋ.

그래도 고등학생들은 '그게 옷이랑 안 어울려요~~ 하늘하늘한 블라우스에 하셔야죠~'

'내가 다~ 잇는데 그 하늘하늘만 없다. 올겨울에 살빼믄 하나 사마. 사 놓고 주머니 속에 있는 게 불쌍해서 해 줬다. 킬킬'

뭐 여하간 잠시잠깐 내 패션이 화제에 올랐다.

'얼마 주셨어요~~?'

'보면 모르냐? 을마나 반짝이니? 거의 집 팔았지... 이제 나는 길거리에 나앉을 것이다...'

애들은 킬킬 웃었고 나는 흐흐 웃었다.

그 애들 중에 나도 빨리 커서 선생님처럼 살고 싶어요~~ 하는 알라들도 있다.

'선생님을 보믄 빨리 어른이 되고 싶거든요~~'

'얘들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란다. 어떻게 살든 과정은 있게 마련이고 과정없는 결과는 없지. 뭐 결과라는 것도 알고 보믄 허상이거나 잠시 잠깐의 스톱 모션이거든. 으이그  인간들아 나보다는 나아야지...'

 

걔네들은 내가 집 팔아서-??- 목걸이 살 수 있는 여유-??-가 부러운 걸 거다...

하지만 어찌 알겠느냐, 너희들이... 마흔 쯤 되면 오는, 그래도 지켜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홀로 이겨낼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돌아오는 길에 고구마 순 한 묶음을 사 왔다.

분명 슈퍼에서는 잎채로 묶인 것을 들고 봉지에 잎만 잘라내어 넣어 놓은 것을 보며 생각했었다. 저런 걸 왜 사냐? 분명 안 싱싱할텐데...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냐?? 집에와서 꺼내고 보니 봉지에 들어 있는 것이었다.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했었나?? 여하간 그걸 꺼내보니 아니나 다를까 시들시들 삐들삐들 게다가 물러진 것 투성이었다.

에그... 뭔 바람이 불어서 고구마 순 따위를 혼자서 먹자고 사 온 것인지...

하여 열 두시 넘어 그것을 싱크대 앞에서 서서 손톱밑이 까매지도록 껍질을 벗겼다. 삶아 놓고 보니 한 접시나 나올까...

당연히 이걸 읽으면서 혹자는 '참 대단하십니다'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 걸 다 하다니...

물론 이것은 일 년에 한 번이나 혹은 이 년에 한 번 하는 짓이다. 나 먹자고 고구마 순을 그것도 껍질 째 사들고 오는 짓 말이다.

허긴 나는 안 먹으면 안 먹었지 삶아 놓은 거는 사다 먹게 되지 않는데 이것도 알고 보면 이상한 편집증이다.

 

늦은 아침에 그걸 볶아서 밥을 먹으려다가 칼국수를 끓였다. 사실 다이어트의 일장 일조가 정제된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것인데 어쩌란 말이냐... 국수가락이 좋은 걸...

하여 감자와 호박을 멸치가루 풀어놓은 물에 썰어넣고 면발굵은 국수를 넣어 끓였는데 생각보다 맛은 별로였다.

GI 지수 높은 정제된 탄수화물 과다 섭취했으니 운동 가야겠다.

 

새벽녘 꿈에 결혼한 친구가 -남자다-멀리 사는 내 친구와 또 결혼하는 꿈을 꾸었다. 뭐야?? 중혼-重婚-이잖아 하고 생각했던 것이 선명하다.

뭘까????????????????????

요즘 꿈은 선명한 메타포가 없다.

'그 날 그 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맑은 날의 시작...  (0) 2005.09.14
제목없음 ^^;;  (0) 2005.09.12
시간은 흐른다.  (0) 2005.09.12
음....  (0) 2005.09.11
새로...  (0) 200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