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시간은 흐른다.

오애도 2005. 9. 12. 02:29

시간을 세는 단위는 많다.

 

학교 시험을  네 번 치르면 일년이 지난 것이다.  

나는 지금 세번 째 시험 준비 중이다. 한 해의 4분의 3이 된 것이다.

 

타블렛 포장이 된 생리통 진통제 열 알을 먹어 치우면  또 열 달이 흐른 것이다.

어느 땐 약 안 먹고 지내는 경우도 잇으니 보통 열 알 단위의 타블렛이 비면 그건 일년이 지난 것이다.

알아서 자알 챙겨주는 알라들 교육비가 들어오면 그건 또 한 달이 흐른 것이다.

진통제 먹고 다시 스을슬 아프기 시작하면 보통 네 시간이 지난 것이고, 콧물 감기약 먹고 다시 콧물 줄줄이면 그건 열 두시간이 지난 것이다.

 

서른 개 쯤 포장 된 팬티라이너를 새로 살 때가 되면 또~~ 한 달이 흐른 것이다.

 

그리고 10킬로그램짜리 포대의 쌀이 떨어지면 거의 두 달이 넘어선 것이다.

 

요즘 시험은 너무 자주 오는 것 같고, 진통제는 산 지 얼마 안되는데 또 떨어지고 교육비는 자주 들어온다.

팬티라이너는 열 받아서 60개들이에다 몇 개 얹어주는 덕용 포장을 산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없다.

 

그리고... 쌀이 없다.

내일은 쌀을 사러 가야겠다.

뭐 이상하게 나 먹자고 낑낑거리며 들고 오는 쌀이라는 건 묘한 무게가 있는데 나는 그걸 삶의 무게라고 믿는다.그런 이유로  때때로 대신 사다주는 친구는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주는 사람으로 보인다. ㅎㅎ

햅쌀 나올 때 다 됐으니까 반 말짜리 사다가 먹어야겟다.

그걸 먹고 나면 한 달이 지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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