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귀빠진 날
엄니 살아계시고 건강하실 적에는,
오늘이 생일인디 미역국은 먹은 겨? 하고 전활 하셨었다.
지금은 엄니가 안 계시니 미역국 먹었냐는 소린 듣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축하인사는 많이 받았다.
어쩐 일인지 올해는 생각도 못했던 친구들이나 제자들로부터 인사가 와서 어리둥절...
그 중에 26년 전 초등학생 때 알게 된 제자가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되어 안부인사를 전해왔다. 내가 가르쳤던 형이랑 또한 나랑 유난히 각별했던 어머니는 캐나다에 계시고 자기는 아버지와 예전 그 집에 그냥 살고 있고 모두에게 안부를 전해드리겠노라고...했다.
성인이 된 청년 특유의 다, 까 식의 합쇼체 종결어미를 보면 괜히 잘 키운 아들들 같아서 흐뭇하다.
쉬는 날이었지만 뭐 생일이라고 특별히 한 건 없고 점심에 친구가 찾아와 순댓국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엔 예전에 사다 놓은 갈비로 갈비찜을 하고 미역국을 끓여 혼자서 먹고는 모처럼 책을 읽다가 쿨쿨 잤다. 예전에 선물받은 조각케이크가 있어서 뭐 케이크도 먹었다.ㅋㅋ
문득 터덜터덜 나가서 스스로에게 생일 선물로 금반지나 하나 사서 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ㅋㅋㅋㅋㅋ
당최 갖고 싶은 게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다. 흠...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라는 말이 있다. 70세를 일컫는 공자의 말씀이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하늘의 뜻-??-에 거스르지 않는다라는 말이라고 예전에 중학교 도덕 시험 준비를 해 주면서 설명했더니 중 2 남자아이가 말했었다.
공자는 뭐 이렇게 잘난 척을 하냐고... 어떻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데 하늘의 뜻에 거스르지 않을 수 있냐고...
그때 내가 말했었다.
얘야, 나이 칠십이 되면 어쩌면 욕망이란 게 많이 사그라들어서 뭐 크게 하고 싶은 일이 없게 될 수도 있단다. 그러니 법도에 어긋나서 욕망하지 않는 게 아니라 욕망의 폭이 작아지다보니 법도에 거스를 일 따위가 없다는 것이지...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나는 아이에게 그렇게 설명하면서 실은 내가 훅!! 깨달은 것이다.
종심의 나이가 되려면 강산이 한 번은 변해야겠지만 지금부터 이렇게 소박해진다는 것은 어쨌거나 감사한 일이다.
나이 먹어서도 이것저것 욕심이나 욕망들이 처덕처덕해지면 그것도 꽤 흉할 것이다.
어쨌거나 시간은 쏜살이다.
몇달 째 제대로 책을 읽지 못했다.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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