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며칠.... 휴가-??-입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3박 4일 쯤 어디 해외여행이나 해볼까 꿈이라도 꾸었겠지만 언감생심이었고 작년 초에 갔던 제주도를 갈까 어쩔까 하다가 한가한 시골길을 걷고 싶어 지리산 둘레길 쉬운 코스를 혼자서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날씨를 보니 오늘도 내일도 비...
우산 쓰고라도 가볼까 하다가 그냥 주저앉았습니다.
하여 모처럼 정말 곰실곰실 집에서 보냈습니다. -주말엔 우리집에서 모임이 있었음- 튿어진 옷들과 구멍난 양말을 찾아 죄다 꿰매고 대대적으로 다림질을 하고 세탁기를 돌려 정성스럽게 빨래를 널고 돼지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와 쇠고기 듬뿍 넣은 미역국도 끓였습니다.
겨울에 사서 먹고 남은 말린 시래기도 삶아 껍질을 벗겨 물에 담궈 놨습니다.
시래기를 삶을 때면 늘 엄니 생각이 납니다.
'묵나물들은 대보름을 넘기면 맛이 없어지는 겨~'
요즘이야 시래기 같은 것도 상품작물이 되어 대량으로 생산해 보관 방법 또한 발전한 덕에 시골 처마 밑에 매달려 겨울을 나고 봄을 맞는 시래기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래도 삶으려고 보니 바스락거리게 말라있던 상자 속의 말린 시래기가 제법 눅눅해졌고 어딘가 묵은내가 조금 나기도 합니다.
새로 피아노가 생겨서 앱을 보고 한시간 정도 피아노 연습을 했고 하트를 아껴가며 영어공부 앱으로 한시간 쯤 영어공부도 했습니다. 나머지 시간들은 부엌 테이블에 앉아 아이패드로 음악을 들어가며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 봤습니다. 대체 이런저런 기계들이 없던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커피를 한 잔 마셨고 우엉차도 한 잔 마셨고 점심으로 봉지로 되어 있는 메밀국수를 해 먹었습니다.
제자가 책을 냈다고 해서 사기 위해 서점엘 가려고 나섰다가 중간에 검색해 보니 아직 오프라인 서점엔 안 나와 있어서 그만 터덜터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정말 소소하게 많은 일을 해 치웠습니다. 하하
그럼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낸 듯합니다.
나란 인간이 뭔가를 하면 엉덩이 무겁게 다른 거에 신경 안 쓰고 몇시간이고 몇시간이고 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어째 마음과 생각의 여유가 없어져서 찔끔찔끔 양에 안 찹니다.
이사오고 난 후 넉넉하고 여유있는 하루를 와작와작 맛있게 먹어치우는 기분은 아직 못 느껴봤고 자꾸 서성서성하거나 괜히 동동거리고 있습니다. 흠...
어쨌거나 내일을 기대해 봅니다. ^^
어쩌면 새벽에 일어나 배낭에 이것저것 챙겨 넣고 비가 오든 말든 고속버스를 타게 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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