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오후에도 우울하지 않네...

오애도 2021. 9. 1. 23:24

수요일. 쉬는 날...

쉬는 날 아침엔 말이지요. 아주아주 행복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한 이틀 못 봤던 자주 가는 사이트의 글들을 읽다가 커피 한 잔을 타 마시고 조금 있다가 아침을 먹습니다. 기분이 내키면 청소를 깨끗이 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이틀 밀린 가계부를 쓰고 짧은 그날그날의 기록들을 정리합니다. 

HTS를 열고 잠깐 주식거래도 하고 냉장고에 밀려 있는 재료들이 있으면 반찬을 만듭니다. 

이번 주는 지난 주말에 대전 친구에게 갔다 오면서 따 온 고구마 순이 많아서 벌써 세 번이나 들기름과 들깻가루를 넣은 고구마순 나물을 해 먹었습니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면서 문득 문득 중얼거립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하느님, 울 엄니 아부지...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을 주셔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고맙고 애면글면할 일이 없어서 감사하고 내가 '나'를 생각하니 내가 '나'라서 그게 또 감사합니다. 

지금 내 옆에 아무도 없어서 감사하고 또한 주위에 누군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자... 

그런데 말이지요. 이게 오후가 되면서부터는 스멀스멀 허무감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더 나쁜 것은 하고 싶은 일이 싸악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지요. 

책은 읽어서 무엇하며-길게 읽을 수 없는데- 앱으로 하는 영어공부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당최 안 일어납니다. 얼마 전까지 열심히 하트를 벌어가며 할 때는 눈에 불을 켜고 했었는데 일년 결제하고 하트 무제한...이러니까 이게 갑자기 시들해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싸악 사라지고, 갖고 싶은 것도 당최 없고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 하나... 문득 허망해지기까지 합니다. 쓰지 않는 물건들을 싹 다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고 돈은 벌어서 무얼 하나... 돈이 많-지도 않으면서-으면 또 무슨 의미가 있나... 

그렇게 오후의 우울을 겪은 지가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부터니까 벌써 다섯 달째입니다. 

이유가 무얼까를 생각해 봅니다. 나이 먹어 오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생기는 심리와 정서의 변화일 것입니다. 

신체변화는 오히려 급격하지 않아서 아직은 시력도 좋고 머리카락이 허옇지도 않고 몸 여기저기가 아프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감정의 굴곡이 심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서적 허무는 40대 말부터 스멀스멀 시작해서 점점 더 강도가 세지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요새 며칠 피곤하진 않는데 잠에 떨어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잠깐 눈 붙이는 일도 쉬워졌고 깜빡 잠드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잠의 총량이 많아져서인지 오매!! 다시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한동안 뻔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거나 사람 이름이 영 안 떠올랐는데 다시 총기-??-가 살아나는 중입니다. 하하하.

오늘은 괜히 으쌰으쌰 의욕이 충만해져서  지난 번 1점 모자라는 2급 한국사를 1급으로 올리기 위해 공부를 시작해야지 결심을 했고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서 뭔가 술술 말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오후에 백화점에 가서 빵을 사고 칼국수도 한 그릇 먹고 목욕세제도 한 통 사왔습니다. 고기도 잔뜩 사왔습니다. 

나는 평생 불면증까지는 아니지만 잠을 길게 많이 자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뭐 밤 좀 샌다고 갤갤대지도 않고 참을 수 없이 졸려서 곯아 떨어지는 경우도 일년에 몇번 있을까말까였습니다. 뭐 머리만 땅에 대면 자는 일이 나도 좀 있어봤으면... 했는데 요새는 자주 머리만 땅에 대면 자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허허

덕분에 회춘하고 있는 것일까요? ^^;;

하여 이 기조를 잘 유지해야겠습니다. 뭐 특별히 더 잘 챙겨 먹은 것도 없고-오히려 먹는 것은 꽤 부실-, 운동도 못 했는데-물론 10킬로 넘는 아기를 번쩍번쩍 들어올리며 놀긴 함- 이게 잠의 효과라면 앞으로 잠 님을 좀 잘 모셔봐야겠습니다. 하하하. 

 

아니 사실 더 바라는 일은 중년에서 노년으로 들어가는 과도기에 오는 증세들이 이젠 좀 잠잠해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젊은' 노년의 평화와 여유의 세계를 '누리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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