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퀼트 공장 돌리는 중

오애도 2018. 7. 18. 14:55

오래 전에 한동안 열심히 퀼트천을 사 모았습니다.

그걸로 밥을 벌 것도 아니면서 매일매일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잔뜩 사들였지요.

이런 게 세 개쯤 있고 더 큰 바구니에 더 많은 양이 하나 있고 소소하게 작은 바구니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부자재까지 합쳐 가격으로 매기면 중형차 한 대 정도는 충분히 될 듯합니다. ^^;;

90퍼 이상이 비싼 수입천들이라서...

백혈병 진단 받고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퀼트천들입니다.

아깝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이걸 정리하면서 얼마나 한심해 할까-??- 하는 생각...

누굴 준다고 해도 저것은 정말 많이 손이 가는 물건이지요.

쉽고 간단하고 편리하고 빨리... 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땀한땀 만들어야 하는 천들을 반길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고요. 

하여 퇴원하고 결심한 것이 열심히 만들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줘야지... 했었는데 그게 또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필요한 부재료들도 꽤 많았고 그저 목적이나 이유없이 만들어 나누어 주는 일이라는 게 썩 의욕이나 시각을 다투는 것이 아닌지라 뭉그작뭉그작 영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만들어 팔자!!!! 가 떠 올랐습니다. 하하하.

프리마켓에 들고 나가 팔 생각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흠....

일단 결심은 했으니 물건은 있어야 할 것 같고 해서 곰실곰실.... 





이만큼 만들었습니다

제일 먼저 만들기 시작한 것이 손에 가장 익숙한 필통 열 개, 안경집, 지갑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에코백 스타일 가방...

일단 품목 상관 없이 백 개가 목표입니다.

그렇지만 가방 하나 만드는데 하루, 필통 두 개 만들면 하루가  다 갑니다. ㅋ. 백퍼센트 손바느질이니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닌지라 좌절모드이긴 하지만 뭐 치료 끝나는 앞으로 일년 반까지만 한시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만약에 들고 나가서 하나도 안 팔리면 잘 뒀다가 어디에 기증이라도 하면 보람 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단, 아는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에겐 안 팔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대뜸 일갈합니다.


가까운 사람이 사 주는 거지!!!!!


안 하면 안 했지 성격상 대충이 안되는 인간인지라 강박일 정도로 꼼꼼하게 만드는데 사실 그런 걸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퀼트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가치 모르는 사람한테는 팔 생각 없고, 가까운 사람들한테 나 물건 파는 일로 부담 주기 싫고... 뭐 이런 배부른 생각을 하면서 더위에 땀 삐질거리며 바느질 중입니다.

예전에 제자아이에게 만들어줬던 필통을 학교 수학선생님이 보고 이것 좀 어떻게 주문해서 살 수 없냐고 했을 때 돈 받고 팔아본 적 없어서 그럴 수 없다고 단번에 거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한테 그냥 만들어 주는 것도 오바고...

나중에 그 선생님은 자꾸 조르다 그럼 네거라도 팔라고 했다길래 그럼 네가 선생님 선물로 드리면 네게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 했었는데 문득 그런 고객이 아쉬워진다는... ㅋㅋㅋ


부자재 사러 동대문 시장 퀼트 가게엘 갔는데 내 안경집을 주인이 보더니, 아고... 이렇게 꼼꼼하게 만들어서 얼마에 파시게요. 합니다.


요즘 친구 가게에 일주일에 한 번, 다섯 시간 정도 아르바이트 하고 있습니다.

물건 팔 때의 그 쾌감이라니... 처음 느껴보는 즐거움입니다. 당연히 물건 사 가는 손님이 진심으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평생 물건 파는 걸로 밥을 벌어 본 적이 없어서리...

무형의 지식을 팔아서 밥을 버는 일과는 사뭇 다른 즐거움입니다.  

어쨌거나 팔리든 안 팔리든 프리마켓 들고 나가 사람들 만날 생각하면 즐겁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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