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기 시작한 삼국지 두 권을 끝냈다.
수많은 인물들이 머릿속에서 엉켜있지만 조만간 수열종대로 세울 수 있겠지?? 는... 아니고 많은 인물이 나타났다 사라지니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초선을 제외하고는 당최 여자는 등장하지 않은 남자들만의 소설이니 섬세함이라고는 별로 없는 건조한 서사다. 그저 싸움의 서사만 따라가자면 별 재미없이 지루하지만 각자 인물들이 품고 있는 뜻의 발현과정을 굵직하게 걸쳐보면 읽는 동안 의외로 푸욱 빠지게 된다. 광대하지만 때로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깨알처럼 박혀있는 굵직하지만 현란한 수사는 오랜만에 색펜으로 밑줄을 긋게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3 랑겔한스섬의 오후... 도 새로 읽는다.
94년 4월에 산 책이니까 20년도 넘었다. 1,2 권은 하도 여러번 읽어서 제법 너덜너덜한데 비해 랑겔한스...는 그런대로 깨끗하다.
한없이 개인적이고 한없이 짧은 시간과 구체적 공간에 대한 천착. 그 속에서 드러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세계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는 보편적 정서의 환기는 삼국지와는 극과 극으로 다른 느낌이다.
지난 겨울 마른 시래기를 사서 삶아 냉장고에 넣어놨던 걸로 된장지짐을 한 냄비 끓여놨다.
돼지고기를 비계와 갈아 잔뜩 식량용 동그랑땡을 찬찬히 빚어 얼려 놓았다.
함께 산 돼지껍데기를 삶아 양념에 재 놨다.
흰쌀밥을 지어 잔뜩 냉장고에 얼려 놓고 한공기도 안 되는 것을 이틀에 걸쳐 나누어 먹는다.
그리고 퀼트로 안경집과 카드 지갑을 새로 만들었다.
80장의 3*3짜리 가방을 만들기 위해 마름질 중이다.
그렇게 사흘동안을 곰실곰실 쉬지않고 음식을 만들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책을 읽었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어떤 이들에게 어떤 말들을 하면서 살 것인가?
무엇을 신념으로 삼아 나머지 삶을 이어나갈 것인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여러가지 소소한 일들을 하면서 쉬지 않고 쉬지 않고 쉬지 않고 면벽수행하듯이 생각한다.
침묵 속에서 들끓는 내면의 언어를 듣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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