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침잠...

오애도 2018. 5. 16. 21:34

어딘가에 잠겨 있는 기분...

일주일에 서너번 선정릉으로 산책을 간다. 도시 한가운데 있지만 자그마한 숲이 있고 커다란 무덤이 있고 낯선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스물 일곱 곡의 노래 한 싸이클을 돌면 집으로 온다- 걷는다.  매일매일 진지하게 먹을 걸 마련해 혼자서 역시 진지하게 먹어댄다.

 의사가 될 것도 아니면서 정말 많은 시간을 몸의 매커니즘에 관해 공부를 한다. 백혈병에 관해 알아보다가 시작된 것인데 지나치게 재미있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럼 의대를 가야겠지... 흠...

 철학과에 들어간 제자와 좀 궤변스러운 토론을 하다가 이것도 어떻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볼까... 그럼 철학과를 가야 하나...

 유지치료 2년동안 나는 날건달처럼 살아야지 했었다. 먹고 사는 일에 동동거리지 않고 최소한으로 먹고 살면서 2년을 지나고 그때까지 별일없이 살아 있으면 그 이후 뭔가를 열심히 해야지...

 사실 완벽하게 정상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근육통이 시도 때도 없이 발현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아닌 모양이다. 참을 만한 정도이긴 하지만 꽤 성가시다. 

하여 집에서 곰실곰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더 곰실곰실...

예전 같으면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교보문고엘 여러번 다녀왔을 텐데 한 번도 못 갔다. 더러 남산이나 남대문시장도 몇번 다녀왔을 것이지만 역시 시도조차 못 했다. 

그런 의미로 나는 아직은 환자인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데 바쁘고 바쁜 것 같은데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시간은 성큼성큼 가고 있고 문득 나는 거기에서 비켜 선 채로 바쁘게 가는 시간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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