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시작된 복통과 설사로 어젯밤까지 디럽게 고생...
동네 병원 가서 약 처방 받아 먹고 있지만 차도가 별로이다. 항암제 베사노이드 후유증이거나 면역력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일 거 같아서 항생제 처방은 마다하고 비급여 유산균이랑 소화제, 지사제 먹고 있는데 효과는 고만고만...
의사는 장염이 유행이라면서 배에 청진기를 대보더니 속은 괜찮다고... 따지고 보면 내가 장염이 걸릴 환경도 아니고-뭐래??- 살면서 지금까지 장염이란 걸 걸렸나 싶을 정도로 그걸로 고생을 해 본적도 없었다.
이번 3차 공고는 사실 수치 회복도 느리고 덕분에 오랫동안 솟아 있던 사랑니가 비로소 어제부터 제자리로 돌아가 이제야 아래윗니가 교합을 이룰 정도였다. 엊그제까지 아래윗니를 마주치면 사이가 떠서 라면봉지 이로 뜯는게 잘 안 됐었다. 음식물 씹을 때도 뭔가 어그적거리고 그쪽 잇몸이 내에 부어올라 있어서 조만간 발치를 해야하나... 싶었다.
어제부터 치아 상태는 완벽하게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 놀라운 자연의 이치이고 생명 현상이고 내 몸의 착한 회복력이다.
백혈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비로소 면역 노릇을 하는 모양이다.
고양이 알러지가 발현을 했고, 비염이 실실 고개를 들어 가끔 재채기에 시달린다. 기관지 반응으로 투명하고 몽글한 가래도 가끔 기침할 때 나오고... 그리고 이런 증세들은 발병하기 전의 증세들이었고 지극히 평범하며 정상적인 면역 증세들일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번 복통과 설사도 유해균과 그동안 항암제로 위축돼 있던 면역체인 유익균과의 싸움일 것이다.
그리고 복통은 당연히 내 면역력이 이길 것이다. 하하하.
어제 병원 가서 히크만 제거 자리 실밥을 뽑고 왔다. 처음 시술하고 일주일 후 윗부분 실밥 뽑을 때 하도 아파서 다음 일주일 후 아랫부분 실밥 뽑으러 온 의사에게 지나치게 아프게 하면 목 조를 지도 몰라요~ 했었다. 다행이 안 아파서리 이번에도 똑같이 얘기했더니 풋풋한-??- 젊은 의사가 그러시면 떨려서 더 아프게 할 지도 몰라요~ 했다. 뭐 실밥 빼낼 때 좀 아프긴 했지만 이야~ 속이 후련해서 매주 보던 간호사들한테-5층 주사실 히크만 소독하던 17번 방 1번 침상- 다시는 여기 안 올 겁니다. 하하. 수고하세요. 고맙습니다~ 하고 왔다.
나오는데 실밥 뽑은 레지던트가 목 안 졸려서 다행입니다... 했다. 유머가 있는 젊은이다. 사실 입원해 있을 때 젊은 담당의는 좀 썰렁해서 시답잖은 개그를 꼭 다큐로 받아서 뻘쭘했었다는... ㅋㅋㅋ
그래도... 희한하게 그런 사소한 것들도 추억처럼 느껴지는 기이한 경험...
어쨌거나 다시는 아산병원 서관 5층 암 주사실 15호 방과 17호 방엔 안 가고 싶다. 하하하.
돌아와서 오후 다섯 시부터 오늘 아침 아홉시 넘어까지 침대에 누워 잤다. 이틀 동안 복통과 설사로 못 잔 잠 보충이었는데 내게는 거의 기적같은 오랜 수면시간이었다.
오늘 아침.
베사노이드 군 땜시로 오는 근육통은 타이레놀로 다스리고 컨디션은 아주 좋다. 아직은 설사로 화장실도 안 간 걸 보면 낫고 있다는 것이리라.
무언가에 묶여 있고 꽝꽝 얼어 있던 내 몸이 서서히 풀어지고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다. 봄이 오는 것처럼...
반가워!! 새 봄, 새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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