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에 본 영화 식스 센스가 떠오릅니다. 자신이 유령인지도 모르는 유령을 보는 소년이 등장하지요. 그때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고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동양적인 귀신-유령-사상을 갖고 헐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졌을까?가 신기했습니다. 나중에 감독이 인도 출신이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흔히 귀신은 한이 맺혀서 말하자면 이생에서 풀지 못한 원한을 가졌기 때문에 가야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떠돈다는 것이 일반적이고 동양적-??-인 사고이지요. 그래서 천도재를 지내고 영혼결혼식 따위를 치르기도 합니다.
영화 그놈이다...는 전면에는 분명히 스릴러라는 장르의 옷을 입고 있지만 이 신비주의적이고 샤머니즘적인 믿음이 확신처럼 숨어 있습니다.
감독의 전작 영화이자 독립영화인 목두기 비디오를 보고 처음 느꼈던 생각은 그대로 그놈이다에도 드러납니다.
그런 이유로 죽음을 예고하는 과정에서 짧지만 반드시 등장하는 여자 아이의 존재와 그 아이와 그놈과의 마지막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을 풀고 영혼은 안식을 찾는지도 모릅니다. 가엾은 오빠를 두고 갈 수 없었던 어린 동생... -스포 주의??-
영화는 범인이 누구고 그 범인을 어떻게 밝혀내느냐 하는 추리적 요소는 생각보다 강렬하지 않고 범인이 누군가 하는 궁금증도 대단히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알 짜여진 이야기는 시종일관 독특한 몰입도를 선사합니다. 귀신과 죽음을 보는 시은을 통해 다음 사건에 대한 예고도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덜그럭거리지 않게 자알 물려 있고 생각보다 장우에게 쉽게 감정이입이 되어 그의 시각으로 범인을 쫓게 됩니다. 그렇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이상하게 '그놈'에게 감정이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그렇게 됐을까에 대해 꽤 너그러운 마음으로 들여다보게도 되더군요.
영화를 끌고 가는 세 배우의 연기는 연기 같지 않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장우역의 주원은 이전의 캐릭터에서 오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서의 자신을 다아 내려놓거나 싸그리 비워내고 인물 '장우'로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시은 역의 이유영은 극 중에서의 캐릭처럼 신기가 있나 싶었다는... 유해진 씨... 할 말 없구요.
신비주의적이고 샤머니즘적인 그야말로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소재는 뛰어나게 사실적인 배경과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맨살, 맨몸, 민낯 같았던 배경 덕분에 잘못하면 '이야기 속으로'류의 흥미 위주로 넘어갈 수 있는 가벼움이 무게 중심을 갖게 됩니다.
어쨌거나 영화는 스릴러임에도 가볍게-??-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위이고 소재의 독특함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잘 짜여진 이야기로 뭐랄까 낯설지만 한번은 먹어볼 만한 요리 같습니다. 먹고 나서 에잇!! 뭐 이래!! 라거나 우와~~ 최고야!!는 아닐지라도 말이지요.
괜찮은데? 하고 나올 수 있다는.
사족: 압구정 CGV에서 하는 라이브 톡-배우와 감독이 직접 나와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형식-행사에서 봤는데 뒤늦게 취소표 예매한 게 맨 앞쪽 끝자리라 고개도 아팠고 제대로 화면 감상을 할 수 없었다. 끝나고 톡 행사에서 질문하고 싶어서 손들었는데 몇번의 외면 끝에 결국 질문 기회 주어짐. ㅋㅋ. 웬 아줌마가 헛소리할까 싶어서였나... 어쨌거나 김태진 씨는 예전에 경제 티비에서 증시 포차 한 번도 안 빼놓고 봤을 때 꽤 괜찮고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안 뽑아줬으면 우이쒸!!! 했을 뻔... ㅋㅋ
나야 물론 주원 군 팬이었으니까 그야말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해서 제자 아이와 함께 봤다는...
1+1 티켓 행사로 제자와 한 번 더 보기로 했는데 기회가 닿으면 깨알 줍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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