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의 초라

문자 속에서...

오애도 2015. 6. 17. 14:28

 최근 읽었거나 지금 읽고 있는 책들... 물론 다섯 번 읽은 것도 있고 읽기 시작한 지 오래  됐지만 재미 없어서 아직도 달팽이 걸음처럼 읽고 있는 것도 있다. 사 놓고 안 읽다가 새삼스럽게 잡은 책도 있고...

그깟 시답잖은 독서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고 -난 뭐 학구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문자 중독증 같은 게 있을 뿐. 화장실에도 머리맡에도 이러고 있는 책상 위에도 아이들 가르치는 책상 위에도 엄니 방 침대 옆에도 그리고 늘 들고 다니는 가방 안에도 책들은 장난감처럼 널려 있다. 특별한 책 아니고 집중해서 읽는 경우는 드물고 틈새 시간 때우기가 대부분.- 정작 해야할 과제가 있는데 그야말로 딴짓을 하고 있는 증거다.

능력 부족이거나 어찌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하거나...

시놉시스 내라는 숙제를 두 주째 뭉그작거리고 있는 중인데 그게 아무래도 내겐 과한 숙제다. ㅋㅋ.

나한테 시놉시스란 70퍼센트 이상의 드라마 완성인데 그걸 어찌 일주일만에 한단 말인가.

그런데도 다른 학생-??-들은 휙휙 잘 써온다. 흠... 하여 깊이 좌절 중인데 그 깊은 좌절감을 느끼기 싫어서 폭식스럽게 엉뚱한 문자 속에서 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창작보다는 향유가 더 어울리는 인간이라고 토닥토닥 하고 있다. 흑흑

 

 

 

이건 이솝 우화전집에 나와 있는 떡갈나무와 갈대 이야기다.

어릴 때 봤던 이솝이야기가 내용 위주의 글이라면 이건 문장 자체가 놀랍도록 아릅답다. 한편의 시처럼 느껴지는 운율도 뛰어나고 산문적인 서술 안에는 이상한 품위와 달관과 여유가 느껴진다.

그러한 문장이 실어 나르는 날카로운 풍자와 고상한 해학-??-은 읽으면서 괜히 스스로 우월해지는 듯한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음식 명인이 자알 만든 기품 있는 음식을 먹는 느낌이다. 그 맛을 알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기쁘고 고마울 지경.    

 

 

 

이솝우화를 생각하면 코 질질 흘리던 어릴 때의 내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상하게  가슴에 아릿한 통증을 불러 일으킨다. 다시 갈 수 없는 시간과 돌이킬 수 없는 일들에 대한 향수. 시간이 주는 슬픔...

그렇게 엉뚱한 사물에 의해 환기되는 정서가 생경한 유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