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시간은 흐른다...

오애도 2015. 10. 23. 00:48

왼손 엄지 손가락이 나갔다. 부러진 것은 분명 아닌데 쓸 수가 없다. 엄니 잠깐씩 화장실 가실 때나 걸을 때 뒤에서 팔을 잡는데 엄니가 자꾸 뭔가를 잡으려고 힘을 주는 바람에 엄지가 늘 뒤로 젖혀졌었다. 수십... 아니 수백번도 더 그런 일이 있으니까 그만 얘가 시일 데모 중이다.

 굉장히 불편하다. 다행이 왼손임에도 불구하고 일상 곳곳에서 성가시게 하고 꽤 아프다. 골절 따위는 아니니까 특별히 약도 없으리라... 사람 몸이란 게 어디 구석구석 허투루 생긴 게 없다.

 

어딘가에 그저 잔뜩 고여 있는 느낌이다. 꽤 종종거리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듯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산다고 하고 싶은데 마음은 늘 번잡하고 번잡하다. 생각은 아주 가늘게 사소한 곳으로 흘러가는 작은 물줄기가 된 듯하다. 책 읽는 일 안 한지도 오래 된 듯하고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가는 날도 꽤 있다. 저녁에 쓰레기 버리러 가면서 현관문 열면 신문이 그대로 있다.

 

인터넷을 뒤져 보라색 워킹화를 한 켤레 샀다. 기분도 그렇고 해서 두어 켤레 더 사려다가 참았다.

흠... 내가 미쳤나...

성능 좋고 예쁜 운동화 여려 켤레 사서 바꿔 신어가며 걸어다니고 싶다. 참으로 요원한 일이지만...

 

쓸데없이 힘주어 18부작인 드라마 리뷰를 오십편 가까이 썼고-우리말 겨루기 도전 이래로 즐겁고 보람 있게 끝장을 봤던 일이다. 하하. - 엄니 덕에-??- 많이 빠져 수료도 못할 것 같았던  방송작가 교육원은 종강을 했다. 다행이 수료증을 받아 가라는 연락이 왔다. 기초반 수료증도 생겼으니까 술술 드라마가 써지려나... ㅋㅋ.

리뷰 쓰면서 독자들의 반응에,  드라마 써라... 거나, 너 작가냐.... 라는 말이 꽤 많았었다. 하하하. 분석과 통찰에만 유능한 인간....

그리고 착하고 신통하게 데이 트레이딩도도 자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행이 며칠 전부터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행복해지고 있다. 사소한 계기로, 나란 인간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정말 오랫동안 안 하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건강해지는 것보다 아프지 않은 것이 감사한 일이고 좋은 일 일어나는 것보다 나쁜 일 일어나지 않는 게 축복이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어쩌면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해도 좋은 자유가 훨씬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선택에는 책임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힘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하여 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하겠다는 선택을 했던 나는 정말 힘좋은 인간임이 분명하다. 하하하.

 뭐라는 겨?

 

그리고 그렇게 살다 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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