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가을...

오애도 2015. 10. 3. 21:29

문득 가을이 다가와 있다. 

한때 혹은 오랫동안 가을날의 그 선선한 바람과 푸른 하늘빛만 봐도 살아 있는 게 기쁘다는 생각을 했다. 

올 가을은 언제 계절이 불쑥 한복판에 들어섰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가끔 어두워진 후에 약속이 있었던 터라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진 나뭇잎들도 못 알아챘다. 아이들 시험 기간었고 명절이라고 손님도 꽤 있었고... 그리하여 종일 집안에서 곰실거렸고 잠깐 수퍼에 다녀오는 일 외엔 움직임도 없었다. 그사이에 계절은 불쑥 반을 굴러갔다. 

 어제 갑자기 생긴 약속으로 저녁에 친구 만나고 들어왔더니 엄니는 또 넘어지셔서 몇시간을 차가운 거실 바닥에 누워 계셨다. 에고야... 

엄니는 한 달째 거의 운신을 못하신다. 

물리적인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데 넘어지는 트라우마 때문인지 전혀 걸음을 못 떼신다. 그러면서 여러 정신적인 기능도 무력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중이다. 그런 엄니를 보며 나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다. 내 미래의 두려움이나 걱정은 아니고 지금 내가 아니라서 부리는 오만 따위 없이 근원적으로 인간이란 존재는 얼마나 덧없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문득 생각해 보면 순간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삶에 있어서 인간은 두번이라는 것도 경험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길이지만 '내'게는 언제나 첫길이고 처음의 여행이고 또한 마지막인 것이다. 

처음 부분도 지나고 중간 부분도 거의 지나면서 나쁜 것은, 크게 기대하는 것이 없으며 다행인 것은 크게 두려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삶에 대한 기대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자식이나 남편이 없으니 당연히 그들에 대한 기대도 없다. 어쩌면 기대가 없다는 것은 욕심이 없다는 것과 맥이 통한다. 하여 살면서 비워내야 하고 덜어내야 하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그저 한없이 가볍게 살고 싶다. 

그리고 한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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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읽어 주시는 분들 고맙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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