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시작됐습니다. 사실 12월 그믐이나 원단이나 별 다를 거는 하나도 없는 매일매일의 시간이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관습적인 제도라는 것에 지배를 받습니다. 하여 어제 종일 책상 앞에 앉아 고즈넉하기 짝이 없는 원단의 골목 풍경을 보면서 그런 것들에 지배 당하는 인간의 사고나 정서를 읽어냅니다.
아침에 일어나 전날 사 놓은 쇠고기 양지머리를 삶고 계란도 황백으로 나누어 지단을 부쳤지요. 가늘게 김도 채썰어 얹어 떡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전날 사다 놓은 전복죽 드시겠다는 것을 새해 첫날에 죽 먹으면 한 해가 죽이 될 수도 있어유~ 하면서 떡국을 드렸더니 하루 종일 속이 좋지 않으셨나 봅니다. 흠... 울엄니의 새해 액땜이려니... 생각합니다.
우리말 공부하면서 보니 중년 이후의 나이를 10씩 묶어 고개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서른 고개 이런 말은 없어도 오십 고개 이런 말은 흔히 들었던 말입니다.
쉰 고개를 넘은 것이 작년이었으니까- 아니 재작년이군- 그게 고개를 넘느라 그렇게 힘들었었나 봅니다. 나이 먹으면서 숨은 점점 가빠질텐데 앞으로의 남은 고개가 험하고 높은 고개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고개가 설령 높더라도 나이 먹으면서 많은 것을 내려 놓으면 가벼워질지도 모릅니다. 욕심이나 질시, 오만 같은 마음과 머리의 무게를 가중시키는 것들 말이지요. 자연의 섭리는 때로 그렇게 놀라우리만치 합리적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고개 하나를 일단은 넘었으니 한동안 평지를 걷게 될는지 모릅니다.
늘 고개가 아니고 모퉁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고개는 고개....
하늘의 뜻을 알 나이고 하여 이제는 고개가 나올 지 모퉁이가 나올 지 건방지지만 제법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여전히 먼 곳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한동안 빠져 있던 일은 결말이 났고 이젠 옆에서 칭얼거리던 소소한 일들을 하나씩 해치워야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해지시고 행복 많이 찾으시고 소소한 기쁨을 찾아내는 능력들이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뱀발: 우리말 겨루기 두 번째 도전은 1월 4일 일요일 아침 9시 5분입니다.
방송시간이 개편으로 인해 옮겨졌다는군요. 결과는 본방사수로... 보시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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