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에구구!!

오애도 2013. 2. 13. 00:43

오늘 천페이지를 봤으니까 일만 단어를 훑었다. 어젠 만 오천단어...

우웩!! 넘어오려고 한다. 그리고 한 천단어 쯤 필기를 했나...

설날 연휴동안 집에 안 내려가고 종일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와 살았다. 중간에 잠깐씩 사람들을 만나긴 했지만 집에서는 나머지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매일매일 자기 전에 와인 한 잔씩을 마시는데 이게 증세가 아주 재밌다. 안주 없이 꼴딱꼴딱 마시고 나서 오분 쯤 지나면 온몸이 발바닥부터 따뜻해져 오는데 기분이 좋다. 열두 시간 넘게 앉아 있으니 발이 시려운데  헤어드라이어로 쬐는 것보다 열 배는 효과가 빠르다.

흠... 벌써 깨나?

한 잔 만 더 마셔야겠군. 맥주 말고 일케 꿀꺽꿀꺽 마셔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술이 오르는 속도를 몸소 실감한다. -여기서 잠깐!! 몸소... 라는 말은 두번 째 의미가, 직접 뜯어보시오 라는 뜻으로 봉투 겉봉에 쓰는 말이라고...-

생각해보니 내 언어 능력 떨어진 것은 정말 말 안하고 살아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틀 정도 수업있는 날빼고는 나머지 날들은 거의 입 쳐닫고 있으니 그야말로 일상어들이 죄 떠나간 모양이다. 게다가 소설도 안 읽지. 드라마나 뭐 이런 것도 안 보고 코메디도 쇼프로그램도 안 보니 일상어에서 드러나는 순발력있고 상식적인 단어들이 죄 안녕을 고한 것이다.

 게다가 떠드는 이틀이 얼라들 상대로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으니 이건 거의 대화가 아니다. 책이나 뭐 이런 건 늘 들여다보지만 그것은 그저 혼자 깨닫고 혼자 수긍하고 고개 끄덕이니 말이 점점 죽어가고 있는지도... 게다가 내 얘기도 일케 글로 하고 있잖은가.

 사실 글은 글일 뿐이지 말이 될 수 없다. 글은 생각의 표현이고 말은 상황의 표현이다. 게다가 문자와는 대화를 할 수가 없고 지극히 일방적이어서 반응을 보일 수도, 볼 수도 없다.

 물론 나는 굉장히 수다스런 인간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입닫고 있는게 떠드는 것보다 열 배는 행복한데-그러니까 이러고 사는 것이겠지.- 세상은 항상 혼자 살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언제까지 일케 와룡선생-이건 제자녀석이 붙여준 것이다. - 흉내내며 살 것인지도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사전은 굉장히 적나라하다. 병원에서는 사람의 몸이 그저 치료해야할 대상에 불과하니까 배설 부위조차 적나라하듯이 -병원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곳이 홀딱벗고-??^^;;- 수술실에 들어가야 했던 것...-사전의 진술방식은 짧지만 어떤 단어이든 그 나름 촌철살인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진술을 하고 있는데 이게 굉장히 재밌다.  

 나야 어릴 때부터 감정적 토로가 많은 글보다는 객관적인 글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사전은 그야말로 그것의 총체다.

 그런 이유에서 교과서가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게 나이 들어서 그럴 것이다. 하여 얼라들이 교과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앎이고 나같은 인간이 교과서에서 얻는 것은 놀랍지만 깨달음이다. 나이 들어 교과서를 본다는 것은 한 때 헤매고 어렵게 지나왔던 길을 평온하고 즐겁게 다시 걷는 느낌과 비슷하다.

 

 앞으로 봐야 할 페이지 수는 오천 페이지가 넘는데... 이번 주 안에 끝내야지.

그런데 갑자기 신은 왜 내게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셨을까?

여기서 기회란... 이런 말도 안되는 충동으로 사전을 통독하는 일이 생겼는가 하는 것이다.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은 없으니까 여기에 담겨있는 신의 섭리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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