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작은 방에 와 있는 시간이 적으니까 당연히 컴퓨터 앞에 앉는 것도 훨씬 소원해졌다.
장 중에도 많은 시간은 안방에 들어가 책상 앞에 앉거나 침대에 거꾸로 엎드려 책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 주 시장은 무신 롤러코스터장세도 아니고 유럽과 미국의 시장 상황에 따라 소금뿌린 미꾸라지처럼 파닥파닥했었다. 팔짱 끼고 보고 있자니 가소롭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웃기기까지 했다. 그런 장에 눈 벌개서 HTS 들여다 봤자 혈압만 오르고 뇌동매매나 하게 될 거 같아 모처럼 지갑을 하나 만들고 세계사와 경제 공부를 했다. 사실 이 세계사는 공부 과정이 거의 껌-???-이다. 그동안 논술 수업도 세계사 교재를 썼고 중학교 역사 수업도 늘 해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역사라는 게 새로운 사실이나 이런 게 등장하는 게 아니라서 일단 한 번 알아놓으면 틀릴 일이 없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과목들과의 연계성도 두드러져서 그야말로 총체적인 공부가 된다.
경제는... 사실 시장 참여를 안 했다면 꽤 어려웠겠지만 이것도 껌-??-이다. 문제가 쉬워서 백점 맞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처럼 엮어 놓은 교재들이 술술 재밌는 소설책처럼 넘어가서 이해가 쉽다는 것이다.-요즘 교재들은 정말 노벨상 감이다- 다만 그래프가 나오면 갑자기 스텝이 엉켜서 그만 턱!! 하고 넘어지는데 경제 성장율계산이라든가 물가지수 계산은 다분히 수학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흠... 그래도 수학은 아니니까 어찌 되겠지... 그런데 의외로 그런 게 많다. 사실 경제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뭐 사회문화나 세계지리 한국지리 이런 게 더 쉬울지도 모르지만 그냥 핑계 삼아 공부를 해보는 것이다. 이거 끝나면 사회문화나 지리 종목으로 옮겨갈 수도...
확실히 수능용 공부는 학교 내신용 공부와는 깊이와 무게가 다르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그게 수험용이 아니고 학문용이라면 정말 놀라운 지식의 축적과 깊이 있는 사고가 형성될 것이다. 그것도 대단히 밀도 있는...
그러나 과연 얼마의 학생들이 수능공부를 하면서 학문의 즐거움을 누릴까??
나는 나이를 먹었고 그동안 반 세기 가까이 살면서 알고 있는 것, 깨달은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용 공부를 하면서 학문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것이리라. 흠.... 내가 이상한 건가????
어쩌면 나는 이렇게 이것저것 쑤석쑤석이기만 하고 살면서 많은 것을 아는 바보... 로 생을 마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들 또 어떤가??!!
어떤 사람은 짊어지고 가지도 못하는 돈을 벌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진정한 명예인지 뭔지도 모르는 공명을 위해 몸과 마음을 소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쌓은 것 만큼이나 내려오면 허망한 권력에 집착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소소한 욕망들-자식, 남편, 외모, 옆사람과의 사소한 경쟁 등등 - 에 목숨을 걸면서 행복해 하는 것처럼 나는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결국 종착은 같을진데 문제는 '지금'을 얼마나 충만하게 사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욕망이든 그게 비도덕적이거나 반 사회적인 것이 아니라면 욕망은 신선하고 충만한 일상을 부여한다. 나쁜 것은 어떤 욕망도 없다거나 시들한 욕망을 갖고 있을 때 인생은 따분하고 지겹고 심심해진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욕망을 실현하려는 최소한의 근면함은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대부분 욕망, 혹은 욕구 부재의 원인은 게으름이다. 그게 정신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내 욕망은 물론 훌륭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훌륭한...이라는 관형어로 쓰인 형용사는 대단히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규정짓기는 어렵다. 당연히 입시 공부 따위로 훌륭한 인격이 완성될 리도 없고...
흠... 훌륭한을 멋있는... 으로 바꾸는 것도 개않을 듯...
시험 공부 시작하고 멋있다!! 는 소린 많이 들었으니까 그런 의미로 보면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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