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으로 이사 와서 잠자는 시간 외에는 늘 작은 방에 있었다.
거기에 넓은 책상이 있고 대부분 늘 켜 있는 컴퓨터가 있었고 퀼트천이나 용품들을 정리해 놓은 정리장이 있고, 자주 보는 책들도 잔뜩 곶혀 있고 넓직한 책상에 척 손만 뻗으면 웬만한 것은 잡을 수 있는 작은 방...창문 열고 앉아서 바깥을 보며 바느질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두드리거나 했다.
아마 스물 네 시간 중 열 다섯 시간 이상은 늘 책상 앞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을 것이다.
헌데 요즈음...
거의 안방에서 지낸다. 침대의 헤드 테이블로 쓰는 오래된 구식 컴퓨터 테이블을 좀 앞으로 빼고 발을 집어넣고 침대에 앉아 보니 옴마나!!!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예전엔 그저 헤드 테이블로만 침대 옆에 바짝 붙여놓았었다.- 하여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쓸데없는 것들을 정리하고 독서실 책상이려니... 하고 책을 보는데 이거 정말 효과 삼백프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저기 앉아서 공부를 한다. 덕분에 집중해서 보는 경우는 없지만, 안 보던 티비를 제법 보게 된다. 맞은 편 쪽에 있는데 늘 켜놓으니까...
다만 컴이 없으니까 영어공부할 때 30년 쯤 된 영어사전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흠...
하여 집요하게 사려던 데스크탑 컴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살까 생각 중이다.
저 환경은... 사실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책만 보게 만드는데 그게 정말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분히 주술적인 인간인 나는 왠지 금맥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프린터 놓는 아랫쪽엔 책을 정리...-이전에도 괜히 자기 전에 읽는다고 잔뜩 책을 옆으로 쌓아 놨었다-
사실 아까 낮에까지는 위로 주욱 쌓아 놨는데 영 불편해서 부랴부랴 다이소에 가서 간이 책꽂이를 사왔다. 어차피 안 보이는 곳이니까 예쁜 bookend도 많았지만 일부러 플래스틱 책꽂이로...
편하다. 요즘 물건들의 실용성과 내구성을 대할 때마다 그것도 감사함이 뭉클뭉클이다.
좁은 공간에 어울리는 작은 펜꽂이도 하나 사고..
키보드용 보드는 넣고 뺄 수 있어서 아주 편하다. 북마크나 포스트잇이나 리모콘이나 해답지 같은 걸 넣고 쓰면 좋다.
그리고 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 오래된 광목천을 치우고 체크천으로 밑단을 댄 테이블 보를 만들어야겠다는 것. 흠... 이건 꼭 공부한다고 결심하고 앉아서 책상정리 하고 있는 것 하고 비슷하다. 그거 다 하고 나면 다시 서랍 속까지 정리한다. ㅋㅋ
덕분에 작은 방은 갑자기 썰렁하고 쓸쓸해졌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굉장히 줄어서 주말 내에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없었다. 대신 열심히 공부해서 책 한권을 다 뗐다는...
어쨌거나 참 이상한 것은, 같은 공간이 그렇게 사람의 발길이나 손길이 덜 가면 금방 공기의 온도와 질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안방은 사실 1층인데다 담과 바짝 붙어 있어서 낮에도 꽤 어둡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을만큼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게다가 조용하기까지... -막다른 골목- 하여 낮잠이나 늦잠 자기 정말 좋은 방이다.
그러나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나는 왠지 한 발 더 깊숙하게 들어갔구나...
정말 그럴까?
아아, 그러나...설명할 수 없을만큼 충만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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