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조카와 보내느라 제법 수선스런 연말을 보냈다. 어제는 투탕카멘인가 하는 전시를 보러 갔었고 오늘은 덕수궁엘 다녀왔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작은 방에서 묵은 메일을 읽느라 시간이 좀 지나 혼자 티비를 보던 재은이를 보러 갔더니-혼자서 책보고 티비 보고 하는 걸 좋아한다-
고모, 왠지 마음이 행복하지가 않아요~~ 했다. -어법이 참 특이한 아이다-
왜?
모르겠어요....
그래도 내가 자꾸 물었더니 비로소,
아마 가족들을 못 봐서 그런가봐요.
여기서 열흘이나 한 달 가까이 있을 때도 누가 보고싶다거나 집에 가고 싶다거나 하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아이다. 그건 그런 느낌이나 생각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어린 맘에 고모에 대한 배려가 가장 큰 것일테고 성향 자체도 대단히 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득 혼자서 일기도 쓰고 티비도 보고 하더니 시끌시끌한 가족들 생각이 나서 기분이 가라앉았나 보다.
그 마음이 행복하지가 않다는 말을 듣고는 잠시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보고 싶은 사람도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도 없다. 아니 어쩌면 애초부터 그런 감정 같은 게 있기나 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봐서, 혹은 고즈넉하게 지낸다고 해서 마음이 행복하지 않은 경험도 상당히 오래 된 것 같다.
특별히 더 즐거운 일도 물론 없다. 크게 슬퍼할 일이 없는만큼 크게 기뻐할 일도 없는 게 공정한 것이겠지.
대신 혼자서는... 편안함이 미덕이다.
어쩌면 살면서 이렇게 더 파삭파삭해질 것이다. 많이 걍팍해질 것이고 크게 쪼잔해지거나 드러나게 사나워질 지도 모른다. 포기가 많아질 것이고 한편으로는 집착 또한 질겨지겠지. 쓸데없는 일에 단호해 질 거고 작은 일에 감정을 다치거나 남을 다치게 할 지도 모른다.
어떤 통찰은 크고 넓을 것이지만 어떤 관심은 지나치게 천착하게 될 것이 뻔하다. 많은 것들이 시들해질 것이고 또한 몇가지 일에는 대단히 유능해질 지도 모른다.
어쨌든 특이한 것은, 이럴 수가 있나... 싶게 새해든 묵은 해든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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