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에 가느라 전철을 타기 위해 어린이 표를 사려는데 아무리 봐도 자동 발매기에 어린이 표가 없어서 어디서 사냐고 물었더니 버튼을 누르면 구분해서 살 수 있다고 안내 아저씨가 가르쳐줬다. 뭐 예전에는 이런 거 이렇게 버버거리다 물어서 사는 내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런!! 오백원을 넣고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와서 다시 물었다.
보증금까지 천원을 넣으셔야 합니다...
재은이가 옆에서 고모, 그거 써있는데... 했다.
어쨌거나 그야말로 간신히 표를 사고 도착해서 어린이 박물관이라고 씌여진 걸 보고 갔는데 역시 성인 박물관이었다. 돌아올 때는 학동역에서 버스를 탔는데 오머나!!! 타자마자 우회전.... 재은아 이게 아닌개벼~~ 하고는 아저씨 147번 아니예요?
240번입니다...
내리자!!
하여 재은이 손잡고 내려서 다시 타고 왔다.
에고, 고모가 바보가 됐나보다...
고모, 똑똑하세요. 누구나 한 번은 실수를 하는 거예요~
그 다음 날, 과천 과학관에서 투탕카멘 전시를 보고 역시 전철 타고 버스타려고 나오는데 어째 아까 들어온 데 하고 똑같아요... 하고 재은이가 말했다.
원래 들어오는데랑 나가는 데랑은 대칭으로 똑같이 만든단다...
그렇게 한치 의심도 없이 버스를 기다려 탔다. 한참 가고는 다음 정거장은 과천 도서관입니다.. 방송.
재은아 이거이 아닌개벼~~ 거꾸로 탔나부다...
하여 다시 내려 길 건너 다시 탔다.
고모가 정말 죽을 때가 됐나부다...
고모, 사람은 언제든 실수할 수 있는 거예요...
평생에 두 번 해야 할 실수란다. 이건...
두 번밖에 안 하셨잖아요.
평생에 두 번 할 걸 이틀에 했다는 것은 앞으로 무한대라는 거지.
그리고 그 다음 날... 버스를 탔는데, 재은이가 이거 맞아요?
이번엔 틀림없어.
덕수궁 구경하고 헤매다 다시 버스 탔는데 다시 왈,
제대로 탄거 맞아요?
그래. -드디어 나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재은이다.-
그리고 어제 재은이 데려다주려고 고속버스를 탔다. 뭐 늘 타던 데고 시간도 맞고 해서 그냥 타고 좌석에 앉았다. 재은이가, 고모 이거 청주 가는 거 맞아요?
맞어. 확실해.
잠시 후 청년이 다가와서 여기 좌석이...
어? 여기 맞는데... 자신있게 티켓 보여줬다. 차장 아저씨가 오더니
사모님, 이건 북청주고 저 옆에 꺼 타셔야해요.
고모, 아까 북청주라고 써 있었어요.
그럼 말을 해야지...
또 부랴부랴 짐 챙겨서 옆 차로 옮겨 탔다.
야... 이거 정말 고모가 왜 이러냐?
재은이는 이제 실수는 언제든, 누구든 할 수 있다는 말도 안 한다.
그리고는 버스 타고 청주로 안 가고 다른 데로 갈까봐 걱정돼서 잠 들까봐 걱정을 하더라는...
제법 문자 중독증세가 있어서 어디든 묻기보다는 읽는 걸로 찾아내고 알아내는 거에 유능했는데 이젠 난독증이 온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나마 쓸만한 총기가 심하게 흐려졌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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